유흥식 대주교와 ‘통일부’ 논쟁
유흥식 대주교와 ‘통일부’ 논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7.1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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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골의 주교를 불러서 임명한 것이 교황청으로 봐서는 가장 파격적인 인사라고 말하는 것을 제가 들었습니다.” 지난달 교황청이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한 유흥식 한국 천주교 대전교구장(대주교)이 지난 11일 한 매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의 교황청 장관 임명 소식은 알바트로스의 날갯짓인 양 엄청난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이를 전하는 언론의 분위기에서 감지된다. ‘경사 맞은 천주교계’, ‘한국 성직자 사상 첫 교황청 장관’,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에 큰 선물’, ‘교황청-北·中 관계에 핵심 역할’, ‘교황 방북 기대감↑’….

한 나라의 장관에 해당하는 ‘성(省)’이 바티칸 교황청에는 9개가 있다. 이 중에도 ‘성직자성(聖職者省)’은 교구 사제와 부제들의 사목 활동을 심의하고 주교들을 지원하는 부처다.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한다.

가톨릭신문 역시 ‘파격 인사’라며 놀라워한다. 이 신문은 6월 20일 기사에서 ‘성직자성 장관 임명 의미’로 네 가지를 꼽았다. △한국 천주교회 저력 인정 △교황 방북의 다리 역할 기대 △보편교회에 새 활력, 친교·일치 이룰 적임자 △남북 화해·평화와 중국 등 아시아 관계에도 핵심 역할 기대 등이다.

언론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유흥식 대주교의 ‘깊은 친분’에도 주목한다. 2014년 교황이 대전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한 것도 유 주교가 교황에게 보낸 서신 덕분이었다는 것. 유 대주교는 2013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서 교황을 처음 만나며 인연을 맺었고, 이후 서신을 통해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유흥식 대주교’ 하면 으레 ‘방북(訪北)’을 떠올린다. 교황청 산하 비정부기구(NGO) ‘국제 카리타스’의 한국 대표를 맡아 대북 지원사업을 주도적으로 폈기 때문이다.

대전교구에 따르면 유 대주교는 2005년 9월 북한을 찾아 ‘씨감자 무균 종자 배양 시설’ 축복식을 했고, 2009년까지 4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교황 접견 때는 방북 의사를 거듭 확인하는 등 한반도 갈등 해소 의지를 알려온 인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계 일각에서는 ‘통일부 무용론’이 고개를 내밀어 대조를 이룬다. 무용론(無用論)의 바탕에는 ‘여가부처럼 하릴없이 국민 세금만 축내는 게 아니냐’는 회의론이 깔려있다. 대표정치인이 ‘작은 정부론’을 내세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다. 이 대표는 10일 SNS에서 통일부를 ‘성과와 업무 영역이 없는 조직’이라며 “통일부를 둔다고 통일이 다가오나?”하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야당 인사라고 그런 주장에 다 동의하는 건 아니다. 당 대외협력위원장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당 밖 대선주자 영입에 나서고 있는 권영세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서 “통일부의 존재는 그 자체로 우리의 통일 의지를 확고하게 천명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또 “통일부는 존치되어야 하고, 이 대표도 언행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논쟁에 가담했다. 11일 페이스북에 ‘남녀 갈라치기에 이어 안보 갈라치기까지 시도한다’는 어느 사설을 공유한 뒤 “어떤 용기는 무식에서 나온다”고 꼬집은 것.

그는 또 “공부가 안 돼 있으니…앞으로도 크고 작은 뻘짓을 계속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음 달 바티칸에 있을 유흥식 대주교가 이 말의 성찬에 초대받는다면 어떤 쓴소리를 쏟아낼지?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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