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
‘라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6.1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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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어 중 ‘라떼’가 있다.

세대차이가 나는 사람, 즉 ‘올드 보이’를 가리키는 말인데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옛날에 지나간 이야기를 자꾸 끄집어 내지 말라는 조금은 부정적인 의미다.

그런데 미국의 한 작가는 다른 말을 한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생각을 많이 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데 예전의 풍부한 경험과 경륜만큼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는 뜻에서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열풍이 거세다.

대한민국 정당 역사상 36세의 ‘0선 의원’ 젊은이가 국회의원 100명이 넘는 제1야당의 당대표가 되는 역사적 순간을 맞고 있다.

이준석 현상은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향한 국민적 지지와 내년 대선에서의 정권교체 열망,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30세대의 분노 표출로 요약되고 있다. ‘꼰대당’, ‘기득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선 승리 갈망의 공감대가 태풍의 눈처럼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만큼이나 세대교체 요구를 많이 받는 집단도 드물다. 선거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세대교체론이 고개를 든다. 그것도 나이들고 경험많은 정치인에 대한 물갈이론이 항상 있어왔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책임이 정치 연륜이 높은 정치인들에게 전적으로 지워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1년 앞둔 지금, 울산은 이준석 현상과는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이른바 ‘라떼’들이 전면 재등장한 것이다.

보수야당 울산시장 후보로 ‘올드 보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박맹우 전 울산시장, 박대동 전 국회의원, 김두겸 전 남구청장, 이채익 국회의원 등이 그들이다. 70세를 훌쩍 뛰어넘었거나 근접한 분들이다.

“살펴보니 내가 가장 어리더라”며 농담조로 말한 김두겸 전 청장이 1958년생이다.

울산 유권자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이들의 재등장은 ‘노욕(老慾)’으로 치부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유권자도 적지 않다.

일부 유권자들은 5선 국회의원, 3선 울산시장과 재선 국회의원 등 울산 정치권의 한 획을 그은 ‘올드 보이’들이 또다시 울산시장을 하겠다고 나서는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세대교체론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다. 지방선거가 가까이 오면 어김없이 세대교체론이 고개를 든다. 비교적 젊은 후보가 끼어있으면 으레 낡은 프레임으로 매도하고, 갈아치워야할 대상으로 몰아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울산에 불어닥친 올드보이들의 등판은 이상하지만은 않다. 정치적으로 볼 때 최근 몇 년간 울산 보수로서는 매우 불안한 시기였다.

앞선 지방선거에서 철옹성처럼 여겼던 보수의 깃발을 더불어민주당에게 모두 빼았겼다. 불안한 시기엔 안정감과 인지도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올드보이는 안정적이며 인지도가 높다.

‘올드 보이’는 풍부한 경험과 경륜으로 우리 정치권을 풍성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그렇지만 정치의 변화를 사람의 변화로부터 찾는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올드 보이’ 정치인들은 정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동력과 징검다리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커 보인다. 나이가 30대이든 70대이든, 제발 계산하지 않는 ‘청년’들이 나와 정치판을 뒤흔들었으면 한다.

정재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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