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환경감시센터 설립, 시급하다
민간환경감시센터 설립, 시급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6.07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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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6일 미래비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정책 제안을 채택했다. 송철호 시장도 참석한 이 자리에서는 본 안건으로 올라온 민간환경감시센터 설립 안이 원안대로, 그것도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미래비전위원회는 자문기구여서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정책 제안은 구속력이 없다. 그러나 송철호 시장이 시민과 소통하면서 협치하겠다는 상징적 기구인 탓에 구속력 못지않은 무게감이 있다.

민간환경감시센터의 설립과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면 조례부터 제·개정해야 한다. 이 문제는 시의원 다수가 동의하고 있어서 조례 제·개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일정이 주어지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간환경감시센터가 언제 정식 출범하느냐는 울산시(장)의 의지에 달려있다. 즉, 울산시에서는 예산을 확보하고 위탁운영 방침을 정한 다음 공모 절차를 거치면 되니까 빠르면 올해 안에도 가능한 것이다.

민간환경감시센터 설립 제안에 대해 ‘너무 앞질러 간다’거나 ‘옥상옥이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 먼저, 앞질러 간다는 주장에 대한 설명은 충남 당진시 사례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한다. 인구 17만명이 채 안 되는 당진시에는 민간환경감시센터가 이미 2곳이나 설립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첫 출범은 당진화력 민간환경감시센터였다. 산업자원부 지원 공모사업으로 시작해서 운영비의 70%를 국비로 지원받고, 30%는 당진시와 당진화력에서 15%씩 부담한다.

출범 전에는 민간환경감시센터의 기능과 활동을 기업에서 부정적으로 보거나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3년 차를 맞는 지금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직접 제기되는 민원이 줄어들었고, 시민들의 만족도와 신뢰도도 높아졌으니, 행정기관과 기업 모두가 만족하는 가운데 민·관·산·학 협치가 잘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진시에서는 운영비 전액을 시비로 부담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두 번째로 ‘현대제철 및 산업단지 주변 민간환경감시센터’를 설립, 작년부터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인구 17만의 당진시에서 연간 약 4억 원을 부담하면서 2곳이나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민간환경감시센터를 울산시에서 추진하는 것이 과연 시기상조일까?

더욱이 작금에는 울산지역 국가산단의 공단공해가 시민들의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발표가 있었고, 국가산단 입주 기업들에 의한 대기오염 측정치 조작사건, 폐수 농도 조작사건이 꼬리를 물었다. 석유화학단지에서는 잊을만하면 폭발·화재·누출사고가 일어나고, 이로 인한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당진 민간환경감시센터에서 작성한 화학물질 이동·배출 보고서를 보면 울산의 심각성도 알 수 있다. 오죽하면 당진보다 울산이 훨씬 심각하다는 보고서를 당진 민간환경감시센터에서 보내왔겠는가.

현대중공업은 전국 산업체 배출량 1위이고 동구는 시·군·구별 배출량 전국 1위다. 남구가 9위, 울주군이 15위, 문제가 된 고려아연은 화학물질 배출량과 이동량 합계가 울산에서 1위다. 그 뒤를 현대중공업과 SK에너지가 뒤따른다. 국가산업단지별로는 여수국가산단이 1위이지만 울산 미포국가산단이 2위, 온산국가산단이 3위여서 단일지역으로는 울산이 압도적으로 높다.

환경부와 울산시가 시민들의 건강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관 협치 기구인 민간환경감시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니다. 명분과 근거와 사례가 있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야 할 일이다.

이상범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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