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머슴이라 하지 말고
말로만 머슴이라 하지 말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4.1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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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꽃들이 만개하는 아름다운 봄에 치러진 재·보궐선거의 결과를 보면 정치인들은 진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 의석 180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를 당하자 당과 청와대가 충격에 휩싸였다.

선명성을 자랑하던 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이 성폭행·성추행 사건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것부터가 원죄였던 여당은 후보를 내지 않겠다던 약속을 저버리고 당헌·당규까지 고쳐가며 후보를 냄으로써 스스로 말을 바꾸었다. 더욱이 집권당과 정부가 국정 수행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국민을 섬기는 자세가 아니라 국민 위에 군림하는 태도, 힘으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오만한 태도였고, 이런 인식들이 쌓여 결국 나쁜 결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국정농단’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세우겠다”며 ‘적폐청산’을 외치면서도 정작 내 안의 적폐는 못 본 것은 아니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할 일이다. 조국 전 장관 사태와 주택 문제, 부동산투기 문제가 불거지고 보니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으며, 결과가 정의롭지도 않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국민은 배신감을 느꼈고, 그 성난 민심이 이번 선거에 반영되었다.

선거 때가 되면 후보들은 서로 머슴이 되어 국민을 섬기겠다고 지지를 호소한다. 그러나 당선이 되고 나면 머슴은 안 보이고 국민의 상전이 되어 군림하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표를 얻으려고 말로만 ‘머슴’이라 했지 머슴으로 살 생각은 아예 없었던 것이다.

앞으로 1년 후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후보자들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국민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 울산 남구청장 재선거에서 압승한 국민의힘 후보도 당선된 다음부터 더 잘해야 할 것이다.

이제 정치인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변해야 한다. 국민이 부여해준 그 자리(대통령·시장·국회의원·구청장 등 선출직)를 명예롭게 여기고, 엉뚱한 욕심을 버리면서, 한눈을 팔지 말고, 오직 국민을 위해 그 직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국민은 안 보는 것 같아도 다 보고 있고, 어떤 미사여구로 말해도 나름대로 분석하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고 프레임을 씌워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선거 전략은 이번에도 먹히지 않았다. 선거운동도 앞으로는 네거티브는 지양하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신사적인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야당은 재보선에서 압승한 건 사실이지만 시정이나 구정에서 진짜 머슴의 자세로 임해야지 목에 힘주고 상전 노릇이나 하려고 한다면 국민은 가차 없이 심판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출직과 고위 공직은 국민을 섬기라고 하늘이 내려준 직분임을 깨닫고 더욱 겸손해야 한다.

구약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사람의 마음의 교만은 멸망의 선봉이요 겸손은 존귀의 길잡이니라”(잠언 18장 12절). 사람의 마음이 교만하면 멸망하고 겸손하면 존귀함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말씀도 있다. “사람이 교만하면 낮아지게 되겠고 마음이 겸손하면 영예를 얻으리라”(잠언 29장 23절). 겸손하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국민을 통해 심판하신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말로만 머슴이라 하지 말고, 진짜 머슴의 자세로 국정과 시정, 구정을 펼쳐 존귀함을 얻고 물러날 때도 영예롭게 물러나는 지도자들을 보고 싶다.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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