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나쁜 스승은 만나지 않기를
아이들이 나쁜 스승은 만나지 않기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1.1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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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런 켈러(Helen Keller, 1880~1968)는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세 가지 장애를 가졌음에도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시청각 장애인 중 최초로 대학을 졸업한 이후 장애인의 권리와 여성인권 신장, 사형 폐지, 아동노동과 인종차별 반대 등 다양한 사회운동을 펼쳤으며,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책을 13권이나 저술하는 작가로서 명성도 얻었다.

헬렌 켈러가 불행을 극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스승 앤 설리번(Anne Sullivan, 1866~1936)이 있었다. 헬렌 켈러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있진 않았다. 생후 19개월 성홍열과 뇌막염에 걸려 뇌에서 급성출혈이 일어나는 큰 병을 앓고 난 후 평생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헬렌 켈러가 7살이 되던 해 설리번을 처음 만났는데 헬렌 켈러는 설리번의 치아 두 개를 부러뜨렸을 정도로 폭력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설리번은 포기하지 않고 손바닥에 글자를 쓰는 방식으로 단어 하나하나를 알려주며 결국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음성 언어 전문가인 사라 풀러 선생님에게 헬렌 켈러를 데려가 말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우리는 살면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선생님을 시작으로 초·중·고 선생님, 대학교 은사 등 여러 명의 스승을 만난다. 스승이라는 말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인성을 가르치는 선생이라는 직업적인 의미를 넘어선다. 헬렌 켈러처럼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을 수도 있을 만큼의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정신적인 발달 단계에 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아이들에게 스승이 미치는 영향은 부모보다 더 클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언론을 통해 아이들이 좋은 스승이 아닌 나쁜 스승을 만나는 사례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최근 울산 동구도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가 밥을 삼킬 때까지 발목을 밟고 입에 손가락을 넣어 토하게 하는 등 5~6세 아이들을 상대로 학대가 이뤄졌다.

이 나쁜 스승의 행동은 피해아이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 피해아이 부모에 따르면 아이는 대낮에도 화장실에 못 가고 부모 중 한 사람이 없으면 불안증세를 보이며, 동생이 말을 듣지 않으면 허벅지를 밟고 턱을 잡아당기는 등 자신이 당한 행동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피해아동 부모들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청와대 국민청원, 기자회견, 시장 면담, 추가 아동학대 폭로 등을 통해 가해자를 엄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6세 시절의 나쁜 기억이 큰 트라우마로 남아 인생을 좌지우지하기도 하는 만큼 우리 사회는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선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가 제대로 된 감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어린이집 계단, 복도 끝, 신발장 등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사각지대를 제거하고, 현재 법적으로 2개월에 불과한 보존기간을 6개월로 늘려야 한다. 또 언어적 학대로부터 아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일정 음량 이상의 고함 등은 녹음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CCTV 설치 및 관리의무 위반에 대해 무겁고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아울러 어린이집 원장 또는 대표와 가족 등 특수관계인의 교직원 공개, 피학대아동 및 같은 반 아동의 충분한 심리치료, 보육교사자격 취득요건 강화, 학대사건 발생 어린이집 원장의 처벌 강화,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매뉴얼 확보 및 인력 충원 등 아동학대 재발 방지를 위반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전국적으로 어린이집 학대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요즘 부모들은 내 아이가 설리번 선생과 같은 좋은 스승을 만났으면 하는 기대보다 나쁜 스승을 만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크다. 앞서 언급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은 아이들이 나쁜 스승을 만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다. 반짝 이슈가 아닌 실제 대책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유봉선 울산 동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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