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추석에 대한 단상
비대면 추석에 대한 단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0.0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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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해진 사회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이 무너지고 다시는 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겨난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처럼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익숙해져가고 있다. ‘지금처럼 살아도 괜찮을까’라는 의문은 최소한 ‘이렇게 살 수 있겠구나’라며 어느 정도 인정하는 선까지 나아간다. 8개월이 넘게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이제는 꾸역꾸역 이 삶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게 익숙해진 것이다. 마스크는 이제 없으면 허전한 물건이 되어버렸고 손소독제를 바르는 것은 버릇이 되어버렸다.

코로나19에 적응하는 과정은 올해 추석에도 계속됐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비대면 추석’이라는 변화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일가친척이 고향에 모여 햅쌀로 빚은 송편과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해 조상들께 감사의 마음으로 지내는 차례는 사라지거나 최소화됐고, 추석 연휴기간 전 국민의 75%가 고향을 찾아 떠나면서 전국의 고속도로가 정체되고 열차표가 매진되는 이른바 ‘민족대이동’은 없었다.

전국 지자체 곳곳에 걸리던 고향 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은 귀성·역귀성을 자제하자는 문구로 가득했다.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다’는 일반적인 문구부터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노래 제목을 패러디한 ‘불효자는 ‘옵’니다’, ‘올 추석 효도는 내년 추석에 두 배로 받을게’ 등 재치 넘치는 문구까지 다양했다. 그 속에는 객지에 사는 아들, 딸, 손주들이 왁자지껄 웃으며 고향집에 들이닥치는 즐거움보다 코로나19로부터 자식들을 지키는 게 우선인 수많은 부모님의 마음이 있었다.

이처럼 변화에 적응하며 삶을 지킬 수 있는 것은 배려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생소한 캠페인은 삶을 비정상적으로 만들었지만 그 속에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배려가 녹아있다. 퇴근 후 직장 동료나 친구와 술을 한잔 기울일 수 없게 된 현실은 낭만이 없어졌다고 실망할 일이 아니었고, 손님들을 위해 한 명 한 명 체온 체크를 하고, 수시로 방역을 해야 하는 식당 주인도 귀찮기만 한 일이 아니었다.

이 같은 배려는 각박해졌다고 단정지었던 우리 사회에 여전히 정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과거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생각될 정도로 교류가 많았던 그때와는 분명 달라졌지만 남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수많은 작은 배려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려는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광화문 집회를 강행하려고 하는 일부 보수단체들이 사회적 비난을 받는 것은 대다수의 국민이 일상 속에서 지키고 있는 배려가 없어서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개최한 광복절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19는 재확산됐다. 불과 20일 동안 집회 관련 확진자만 500명이 넘었고, 이들을 통한 n차 감염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결국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돼 학교가 다시 문을 닫았고 수많은 자영업자가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배려로 가까스로 지키고 있는 일상이 몇 사람에 의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코로나19는 언젠가 끝이 난다. 1918년 발생해 1919년 4월 소멸된 스페인독감처럼 사라지거나 말라리아, 에이즈처럼 인간과 공존할 수도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말라리아, 에이즈를 곁에 두고 살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지금처럼 변화에 적응하며, 이웃을 배려하며 묵묵히 삶을 지키면 될 일이다. 결혼한 지 24년 만에 처음으로 명절에 찾아뵙지 못했음에도 괜찮다며 다독여 주시던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처럼,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해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상황에도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힘들다”면서 오히려 위로를 건네던 대송시장의 한 상인처럼 말이다.

유봉선 울산 동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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