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가 ‘2021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의 울산 유치를 위해 총력을 펼치고 있다. 정원산업박람회는 우리나라 정원산업·문화 육성을 위해 산림청이 야심차게 준비한 2020년도 신규사업이다. 매년 권역별 순환 개최를 원칙으로 하는 정원산업박람회는 그간 격년제로 개최하던 정원산업디자인전의 후신으로 코리아 가든쇼가 공동으로 개최된다. 코리아 가든쇼는 대한민국 최고의 정원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산림청이 주최하고 국립수목원이 주관하는 작품 공모전이다. 그러니 정원산업박람회의 울산 유치가 성공한다면 국내 최고 수준의 정원 박람회가 울산에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원산업박람회를 개최하면 뭐가 좋을까? 정원산업·문화 육성이 그렇게 중요한가? 이런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독자들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기고에서는 정원이라는 것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정원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정원이 우리 삶에 주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과연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필자는 크게 4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정원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원(garden)이란 울타리, 둘러싸는 공간, 둘러싸는 행위 등을 뜻하는 ‘gan’과 즐거운, 기쁨을 뜻하는 ‘oden’의 합성어다. 그래서 서양은 정원을 ‘a small enclosed of land or a piece of land next to a house with flowers, vegetables, other plants, and often grass’로 정의한다. 즉, 그동안 정원은 집 밖 외부공간에 울타리를 하고 있던 독립된 공간이었다. 그런데 최근 우리가 보는 정원은 어떤가? 옥상과 계단은 물론 사무실과 집안 쪽마루까지 정원이 들어섰다. 정원이 기존 울타리를 허물고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말 그대로 가든 라이프(garden life)가 시작된 것이다.
두 번째는 4차 산업혁명으로 정원의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식물을 키워본 독자라면 몇 번쯤 “정말, 나는 식물과 안 맞아”라고 한탄하며 식물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보통은 빛과 온도, 습도 조절 등에 실패하거나, 오랜 기간 집을 비우면서 이런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그런데 최근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센스 기술 등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 가든(smart garden)이 등장하고 있다. 빛, 온도, 습도는 물론 향기, 물소리 등 다양한 환경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모듈형태의 실내 정원, 일명 가든 볼(garden ball)은 실제 스마트 가든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세 번째는 그린뉴딜 시대, 정원의 미래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은 문제인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의 핵심이 아니다. 탈탄소 사회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그린뉴딜의 핵심이다. 정원은 도심 속 그린인프라에 속한다. 즉, 탄소저감, 도심 열섬 현상 완화, 수자원 관리 등 기후변화 적응과 탈탄소 사회 실현을 위한 훌륭한 그린뉴딜 사업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울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큰 평화, 태화강 국가정원 프로젝트’는 대표적인 울산형 그린뉴딜 사업이라 생각한다.
네 번째는 생활 속 힐링·치유 공간으로서 정원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출구를 찾지 못하는 코로나19로 인해 실내 활동이 많아지면서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미세먼지나 폭염과 같은 외부 위협요인이 가세하면서 실내정원이 사회적 처방(green prescription)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치유정원, 반려식물 등 기능성 특화 정원이나 가드닝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정원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정원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것이 많은 지자체가 앞 다퉈 ‘2021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를 유치하려는 이유다. 필자는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개최되길 희망한다. 만약 울산에서 개최된다면, 기후위기 시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탈탄소 사회 실현을 위한 정원산업·문화의 미래를 묻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뜻깊은 정원산업박람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자면 울산 시민의 관심과 지지가 절실하다. 세계 최초의 자연생태정원, 태화강 국가정원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져오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희망을 주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울산 시민의 염원과 공감대를 모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김희종 울산연구원 시민행복연구실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