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은 안 와도 된데이
올 추석은 안 와도 된데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9.1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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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추석 때가 되면 고향을 떠나 있는 이들이 부모님과 친지가 있는 고향을 찾는다. 수천만 명이 이동하는 대명절이다. 추석 당일에는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산소를 찾아 성묘한다. 그 전에 고향을 지키는 가족들은 조상의 묘에 봄부터 자란 풀이나 나무를 베어내고 정리하는 ‘벌초’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시기는 대개 추석 한 달 전인 음력 7월 15일부터 그믐 사이다. 추석 직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추석을 맞고 보내는 우리의 풍속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 중국에서 발생해 올해 초 한국에 상륙한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명절 분위기마저 바꿔놓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부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생활화의 방안 중 하나로 이동 자제를 권고했다. 울산을 비롯한 전국의 자치단체가 동참에 나섰다. 추석 연휴 전국적인 대이동에 따른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 많은 인파가 밀집할 경우 재확산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 4월 말 부처님오신날부터 시작된 연휴를 비롯한 8월 15일 광복절 연휴 기간 동안 대규모 이동과 집회 등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을 경험한 바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추석이 다가오지만 명절의 여유로움과 설렘보다는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코로나19 전국 확산을 막기 위해 이번 추석에는 고향·친지 방문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선 시대에도 역병이 돌 때 다수가 모이는 것을 경계하며, 명절 차례 지내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 15일 소장하고 있는 일기 자료 중 역병이 유행한 탓에 설, 추석과 같은 명절 차례를 생략했다는 내용이 담긴 일기를 공개했다.

국학진흥원에 따르면 경북 예천에 살던 초간 권문해는 ‘초간일기’(1582년 2월 15일 자)에서 “역병이 번지기 시작해 차례를 행하지 못하니 몹시 미안했다”라며 나라 전체에 전염병이 유행하는 탓에 차례를 지내지 못해 조상님께 송구스럽다고 했다.

또 안동 예안 계암 김령은 ‘계암일록’(1609년 5월 5일)에서 “역병 때문에 차례(단오)를 중단했다”고 했다.

안동 하회마을 류의목은 ‘하와일록’(1798년 8월 14일)에서 “마마(천연두)가 극성을 부려 마을에서 의논해 추석에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안동 풍산 김두흠은 ‘일록’(1851년 3월 5일)에서 “나라에 천연두가 창궐해 차례를 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예로부터 집안에 상을 당하거나 환자가 생기는 등 우환이 닥쳤을 때 차례는 물론 기제사도 지내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이는 유교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조상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차례와 기제사는 정결한 상태에서 지내야 하는데, 전염병에 오염된 환경은 불결하다고 여긴 탓이다. 그러나 역병이 돌 때 차례를 비롯한 모든 집안 행사를 포기한 이유는 무엇보다 전염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사람 사이 접촉 기회를 최대한 줄여 전염병을 극복하려는 의지 표출인 셈이다.

울산시는 추석 연휴 강제적으로 이동을 제한할 수는 없지만, 시민들의 우려를 반영해 추석 연휴 이동 자제 서명운동 및 캠페인 등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실제 경남 함안군과 전남 완도군 등 타 지자체에서는 이미 고향 방문 자제 캠페인을 벌이거나 ‘이동멈춤’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조기 극복을 위해 불필요한 접촉을 줄이자는 뜻에서 시행하는 것인 만큼 모두가 조금만 참고 협조하며 노력하자. 조선 선비도 전염병이 돌면 추석 차례는 물론 기제사까지 포기했다고 하지 않는가.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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