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를 위한 대중교통망 절실
초고령사회를 위한 대중교통망 절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8.0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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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하순 일본에서 87세 고령자가 운전하는 차에 치어 아내와 딸을 잃은 30대 남성이 ‘자신이 인지·반응 능력 등이 떨어졌다고 생각되면 운전을 자제하자’는 내용의 호소가 국내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다.

마쓰나가(松永)라는 성만 공개한 이 남성은 영결식을 마치고 검은 정장 차림으로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고로 떠난 아내와 딸, 그리고 나 같은 유족이 앞으로는 절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필사적으로 살던 젊은 여성과 겨우 3년밖에 살지 못한 어린 생명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운전 능력이 불안하다는 걸 알거나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라면 차를 몰지 말아달라”며 “주변 분들도 그렇게 제안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사고는 지난해 4월 19일 일본 도쿄 도심 도시마구 이케부쿠로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보행 신호에 맞춰 횡단보도를 건너던 마쓰나가씨의 아내(30대)와 딸(3세)이 시속 100㎞로 달려오던 승용차에 치어 숨졌다. 이 사고는 사망한 모녀 외에도 10명이 다쳤다. 운전대를 잡은 건 87세의 고령 운전자였다. 경찰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 대신에 가속 페달을 잘못 밟는 운전 실수로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같은 해 부처님오신날인 5월 12일 경남 양산 통도사 산문 입구에서도 75세의 고령운전자가 몰던 승용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1명이 숨지고, 1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여성 1명이 11일 만에 숨졌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오는 2029년까지 노인인구는 연평균 48만명씩 늘어난다. 2029년에는 노인인구가 1천252만명에 달해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고령운전자 역시 더 늘어난다는 얘기가 된다. 사고가 날 확률도 이에 비례할 것으로 예측되는 것은 당연하다. 울산지역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만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는 2016년 4만1천명, 2017년 4만7천명, 2018년 5만3천명으로 해마다 6천명 가량 늘고 있다. 연령대를 보면 65세에서 69세가 2만9천633명, 70세에서 79세가 2만1천759명, 80세에서 89세까지 2천398명, 심지어 90세 이상도 52명이나 된다.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도 2016년 355건, 2017년 407건, 2018년 444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책적 대응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갱신·적성검사 주기가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짧아졌고, 의무적으로 2시간짜리 교통안전교육도 이수해야 한다.

교육에는 기억력과 주의력 등을 진단하는 ‘인지능력 자가진단’을 포함하고 있다. 치매 의심 운전자는 별도로 간이 치매 검사를 거쳐 수시 적성검사 대상으로 편입한 뒤 정밀진단을 거쳐 운전 적성을 다시 판정한다.

최근에는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울산시도 코로나19로 5개월간 미뤘던 제도 시행을 지난달 말부터 시행하고 있다. 대상은 울산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65세 이상(55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정지해 있는 물체를 파악하는 능력인 ‘정지 시력’은 40세부터 저하하기 시작해 60대에는 30대의 80% 수준으로 저하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인지·반응 능력 등 신체기능이 떨어져 운전 중 돌발 상황에 취약해지기 때문에 스스로가 운전을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나 지자체는 고령자의 운전 자제 유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 보다 촘촘한 대중교통망을 구축해 운전하지 않고도 쉽게 이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초고령사회를 위해.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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