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과 학대
훈육과 학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8.0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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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천안에서 아홉 살 난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둔 채 아들이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하는데도 가방 위에 올라가서 뛰는 등 어린이를 잔혹하게 학대한 사건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어난 적이 있다. 더욱이 이 사건의 가해자인 의붓엄마는 범행이유를 묻자 아들이 거짓말을 해서 훈육 차원에서 그런 짓을 했다고 진술해서 더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훈육(薰育)’이란 사람을 덕(德)으로 인도하여 가르치고 기른다는 뜻을 가진 낱말이다. 뜻풀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훈육이란 낱말에는 때리거나 괴롭혀 가면서 가르치라는 지시어는 어디에도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건은 2016년에 1만8천700건이던 것이 2018년에는 2만4천604건으로 늘어날 정도로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아동학대 행위자의 79.7%가 피해자의 부모라는 사실이다. 언뜻 이해가 잘 안 가는 대목이지만, 그동안 아동학대는 가정폭력처럼 ‘가정 내 문제’로 치부되어 사회적으로 방관·조장되어 온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가정 내 아동학대는 다른 어떤 아동대상 범죄보다 훨씬 끈질기고 생활 깊숙이 침투한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아동학대사건을 조사하거나 가정방문으로 모니터링을 하면서 학대행위자에게 자녀를 체벌한 이유를 물어보면 그 답은 한결같다. 자녀의 잘못된 행동과 습관을 고치려고 훈육을 목적으로 한 행동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나라에서 키워줄 것 아니면 상관 말라”, “나도 이렇게 맞고 자랐다”고 항변하며 아동학대행위를 단순히 가정 내 문제로 돌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아이들을 훈육할 때는 회초리를 들었고, 자식이 잘못을 저지르면 ‘사랑의 매’를 드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겼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사회적 인식도 함께 변하고 있다. 최근 민법 제915조에 명시된 ‘자녀 징계권’에 대해서도 입법 관계자들은 체벌을 전면 금지하는 쪽으로 개정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한다.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의 인식개선이 가장 시급하다. 때리고 소리치면 그 순간만큼은 아이가 부모에게 순종할지 모르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의 매와 고함은 자라나는 아이에게 크나큰 심적 상처로 남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부모는 자녀를 훈육할 때 체벌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사용할 것이 아니다. 아이가 부모의 부속물이 아닌 고귀한 인격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과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더 나아가 부모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도 체벌은 더 이상 사회 상규에서 용납되는 훈육의 방법이 아니라 엄연한 폭력이라는 인식을 지닐 필요가 있다.

아동학대를 근절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열쇠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용기라고 생각한다.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상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명시되어 있지만 아동학대 의심 징후를 발견했다면 신고는 누구든지 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수업 등으로 아동학대 의심 징후는 더 한층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이웃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자주 들리거나, 몸에서 악취가 나거나, 계절에 맞지 않은 옷차림을 하고 있는 아이를 발견한다면 주저 없이 112로 신고를 해주기를 당부 드린다.

주변의 관심은 아동학대라는 큰 범죄를 예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린이는 좋은 추억만 간직하고 성장하게 될 것이다. 모두가 먼저 내 자녀에게 동심으로 다가간다면 이 사회는 아동학대라는 흉악한 범죄와는 영원히 담을 쌓게 될 것이다.

민은영 울산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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