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요지경
세상은 요지경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6.1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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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신신애가 1993년에 히트시킨 노래가 ‘세상은 요지경’이다. 그녀는 1977년에 mbc 공채 9기로 연기의 길에 들어섰다고 한다. 그러다가 1993년에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라는 재미난 가사가 귀에 쏙 들어오는 이 노래를 불렀다. 모두 아는 대로 ‘짜가’는 ‘가짜’를 말한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는 가사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라, 혹은 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는 말로 들린다. 노랫말처럼 우리네 세상에는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을 친다’.

필자도 인생 50고개 중반을 넘기고 보니 ‘짜가’와 ‘진짜’가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도처에 널려 있는 ‘짜가’들은 ‘진짜’로 보이기 위해 화려한 언변으로, 때로는 현란한 치장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이들 중에는 같은 하늘 아래에서 숨 쉬는 것도 거부하고픈 위인들도 있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는 진솔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믿는다.

수년전 지인이 땅을 샀는데, 위치가 면 단위 시골 마을이지만 20년 전에 도시계획이 시행되어 1종 주거지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도시계획도로도 지나가는 땅이었다. 그런데 땅 주인이 지인에게 땅의 절반을 나누어 팔고 나서는 180도 태도가 바뀌어 유일한 통로인 현행도로에 자기 땅 몇 평이 들어갔다고 주장하며 길을 막기 시작하다가 한 달 전쯤에 드디어는 굴착기를 끌고 와서 멋대로 도로를 파내버렸다고 한다. 길이 막혀서 지인을 비롯한 골목길 안쪽 여러 세대는 지금도 자동차 통행을 못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런 작태를 해결해 달라고 행정기관에 진정을 했더니 한 달 만에 돌아온 답이 ‘사유지여서 우린 권한이 없으니 당사자끼리 원만히 해결하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치를 따져보면 시골 동네라도 ‘마을길도 넓히던’ 새마을 운동도 있었고, 자가용까지 갖추면서 각자 양보해서 길을 넓혀서 사용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 주인은 이제 와서 자기 땅을 사준 지인과 수십 년 안온한 생활을 하던 주민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부당한 행위를 태연히 저질렀다. 그는 이웃 괴롭히는 것이 취미라도 되는 듯 매입 의사를 밝히면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러서 여러 차례 파토를 내었다고 한다. 게다가 문제의 도로를 근거로 최근 10년간 3세대가 건축허가를 얻었고, 도로 포장도 되어 있으며, 상·하수도와 도시가스 배관도 지나가고 있다. 이처럼 오랜 기간 주민들이 통행하던 유일한 통로이자 현행도로인 만큼 행정기관이 조사해서 도로로 등록하면 풀려나갈 일인데, 부당하게 갈등을 일으킨 당사자와 해결하라고 하니 가능한 일일까 싶다. 오히려 행정기관이 땅 주인 편만 드니 ‘짜가’가 더 큰 소리 치고, 선량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은 지옥도를 그리게 된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이런 ‘짜가’도 있다. 그는 울산을 블루오션이라 칭하며 자신의 전문성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수없이 벌이는 등 학문을 탐욕의 도구로 이용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짜가’이다. 사실 전문가라면 자신만의 분야가 있어야 마땅한데, 그는 전문학술지에 논문 한 편 안 쓴 분야에서 ‘진짜’ 행세를 한 진정한 ‘짜가’다. 그런데 이 ‘짜가’가 최근 강연계에 부활했다는 소문이 들려서 아연실색했다. 이런 사람을 써 주는 기관은 사람을 제대로 평가나 하는지 궁금하다. 전문가의 가면을 쓴 ‘짜가’에 속아서 특정 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설된 강의를 맡겼으니 오호통재라!

‘짜가’는 늘 자신을 멋있게 포장하고 다니기 때문에 더욱 속기 쉽다. ‘짜가’들이 사회적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면 굳이 귀한 지면에다 이러쿵저러쿵 할 이유가 없지만, 그들이 타인의 삶에 상처를 내고, 학문을 왜곡시키는 등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니 경각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선인들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문화도시 중구는 우리 울산의 자긍심 그 자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소중한 삶터가 일신의 영달과 사익 추구의 장으로만 바라보는 ‘짜가’ 전문가에게 맡겨져서는 곤란하다.

이런 ‘짜가’들은 대부분 필자보다 인생도 더 살았고, 사회 활동도 더 많이 했지만, 그들의 인생에서 진정성은 찾아볼 수 없다. ‘세상은 요지경’ 노래 중에 ‘인생 살면 칠팔십/ 화살같이 속히 간다/ 정신 차려라/ 요지경에 빠진다’는 가사가 있다. 나이가 70이 넘은 데다가 그 동네에 살지도 않으면서 토요일마다 나타나서 지인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땅 주인, 한번 ‘짜가’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다시 ‘짜가’로 부활한 그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강혜경 울산광역시 중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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