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여 힘내라!
대구여 힘내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2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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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등장한 저주스러운 코로나가 온 세계를 벌집 쑤셔놓은 듯하다. 특히 대구 출신인 나는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하다. 불안하고 공포감마저 든다. 깊은 동굴 속에 들어가 출구를 찾지 못하는 탐험가 같다. 태어나서 이렇게 느끼기는 처음이다.

집 안팎에서 누군가 기침이라도 한번 하면 마냥 신경이 간다. 한때는 매일 확진자 수가 수백 명이 발생하고 사망자도 하루에 두서너 명씩 증가했다. 다행히 그 숫자가 줄어들어 고비를 넘기는가 했는데 또 지역 집단감염이 복병으로 등장했다.

대구여 힘내라! 엄청난 피해가 생긴 대구가 몸부림치고 있어 가슴이 찢어진다. 대구가 왜 이렇게 무너지고 있나?

대구-경북(TK)이 뭘 잘못했다고? 표독스러운 어느 여성작가는 지난 선거에서 빨강 색깔 지역이 보수진영 TK 지역이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파랑색을 칠한 곳, 진보진영이라고… 그래서 코로나 피해가 TK가 극심했다고 지껄인다. 지도까지 보여주면서 기괴한 궤변을 늘어놓으니 어이가 없다. 대구인들이여! 분노가 머리끝까지 솟아오르지 않는가.

대구는 자고로 옛 신라시대의 화랑도 정신이 듬뿍 배어 있는 도시가 아닌가. 김유신 장군이 삼국을 통일한 정신이 여기저기 배어 있는 곳이 아닌가. 달구벌이라는 대구(大邱)는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몹시 춥다. 그래선지 대구인은 다혈질 성품이 많다.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며 의리도 깊다. 그러니 이따위 코로나는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에 꽉 차 있어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경제개발의 주역 박정희 대통령의 뚝심도 대구에서 길러졌다. 한국 대통령 중 어느 누구가 그런 일을 해냈겠는가. 새마을 운동,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없었으면 오늘의 우리가 있었겠나! 그런 투혼정신이 깃들여 있는 달구벌 대구. 거기에서 살아가는 우리 대구인은 현명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다. 역동적인 대구야말로 한국의 보루이자 한국의 지킴이라 생각한다.

노이로제(neurose)라는 독일어 단어가 있다. 불안신경증이라고도 한다. 개인의 생활환경과 연관성이 없이 나타나는 불안·우울·근심 또는 불유쾌한 느낌 등의 증상이 특징이다. 최근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전국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거의 60%가 ‘일상이 정지된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 뉴스를 접할 때의 감정’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불안’을 꼽았다. 특히 TK 응답자들은 ‘상처와 울분’, ‘정의에 어긋남’, ‘무기력’ 같은 감정이 평균보다 높게 나왔다고 한다.

어린아이가 ‘동서울 우편집중국’ 소인이 찍혀 있는 우편물을 만지작거린다. 지레 겁을 먹은 아이엄마는 “만지지마!”라고 냅다 소리친다. ‘중국’ 우편물로 착각하여 야단친 것이다. 만지면 코로나에 걸리니까 조심하라는 뜻이다. 엄마의 완전 극한 노이로제다.

최근에 와서 나는 매일 마대걸레로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있다. 평상시 집에서 청소를 잘 하지 않는 가장이지만, 이젠 집안이 깨끗해져 독한 바이러스가 몰려와도 붙어살 수 없는 깨끗한 환경이 되었다.

한국전쟁 중에도 적의 발을 들여놓지 못했던 대구, 이게 웬일인가! 엉뚱한 코로나가 발을 들여놓아 정말 자존심이 상한다. 감염된 많은 분들이 어서 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큰 용기를 전하고 싶다.

염병이 돌 때, 정책을 올바르게 판단하는 일은, 오로지 ‘방역’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쓸데없이 이해관계 따위를 따지는 것은 참 어리석은 짓이 아닌가. 중한 것이 무엇인지 그 순서를 따져보아야 한다. 대구여 힘내라!

김원호 울산대 명예교수·에세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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