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사람
꽃보다 사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1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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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째 흥얼흥얼, 머릿속에서 맴돌며 떠나지 않는 노래가 있다.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다. 지난달 13일, APF통신이 대구발로 대구동산병원 간호사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타전한 사진과 기사를 보면서부터다. ‘S.Korean nurses bandages become badges of honour’(한국 간호사들의 반창고가 명예의 배지가 되다)란 제하의 기사에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소속 간호사 16명의 사진과 함께 이들의 활동을 소개했다.

사진은 간호사들이 코로나19와 맞서며 장시간 고글을 착용하기 위해 이마와 눈 밑(고글이 닿는 부분)에 반창고를 붙인 모습을 찍은 것이다. 사진에서는 피곤한 모습이 역력하지만,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에 흐릿한 미소가 감돌았다. 초롱초롱한 눈빛에 결의도 담겨 있었다. APF통신 기자는 “이들의 모습은 코로나19와의 싸움이 얼마나 길고 오랜 시간 지속됐는지를 짐작케 한다”고 밝혔다. 사람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강물 같은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지 으음~, 그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않으며~,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정지원 시(詩)를 노래한 이 곡은 흡사 머릿속에서 녹음기로 리버스 되듯 끊임없이 사진과 오버랩 되면서 울리고 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코로나19 상황이 지나면서 사람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된다. 숭고한 의지가 빛을 발하면서 사회에 ‘희망’과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아직 코로나19 확진자는 계속 나오고 있고,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는 때 무슨 철딱서니 없는 낭만적 망상이냐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타인을 위해 희생을 치르는 이들의 모습에서 ‘희망’과 ‘아름다움’을 찾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희망’과 ‘아름다움’의 의미를 철학용어로 ‘파토스(pathos)’에서 찾는다. 파토스는 주어진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강력하게 고양된(2002월드컵이나 촛불혁명, 코로나19 극복 등) 감정 상태를 가리키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무엇인가에 강력하고 지속적인 욕정인 지배욕, 소유욕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국민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일시적 상황이란 뜻이다. 예술가는 자기취향적인 에토스(ethos)를 자극해 관객의 파토스를 자극한다. 이 파토스를 아름답게 자극한 작가는 거장으로 불리며 후세까지 이름을 남긴다. 대구동산병원 간호사들이 내적인 에토스를 자극해 국민들에게 ‘희망’과 ‘아름다움’이란 파토스를 선사하듯이 말이다.

최근의 코로나19 상황에서 나타난 착한 건물주, 착한 소비자 운동, 무명의 성품들, 의료진 격려와 같은 행동들은 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행동들은 감염병 창궐로 어렵지만 국난(國亂)으로 꼭 극복하고야 말겠다는 용기를 불러일으킨다. 사람의 아름다움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울산뿐만 아니라 국내 곳곳에서 코로나19 선행이 잇따르고 있다. 기초생활 수급 70대 할머니가 푼푼이 모은, 여윳돈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몇 십 만원을 마스크와 함께 대구 지원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기부하는 것이나, 어린 남매가 마스크를 파출소 앞에 놓아두고 황급히 빠져나간 것 등 감동적 행동들의 연속이다.

코로나19는 시간문제이지 결단코 종식되고 말 것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대응에서 신속한 검진, 체계적인 치료, 정보의 공개 등을 통해 세계에 모범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피 흘려 민주화를 쟁취했듯이 또 하나의 자긍심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코로나19는 노래에서처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지독한 외로움으로부터 불러내 부둥켜안을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사람의 아름다움에서 희망을 찾고 용기를 얻는다. 코로나19 대응에 수고하는 모든 관계자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정인준 취재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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