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체험해야 확실히 알 수 있는 떼까마귀 군무
직접 체험해야 확실히 알 수 있는 떼까마귀 군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1.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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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환경적 변천을 크게 셋으로 구분하면 터전(基前)과 문전(門前) 그리고 배판(胚盤)으로 나눌 수 있다. 터전과 문전, 배판으로 구분하는 형식은 안동 하회마을 세거(世居) 성씨(姓氏) 구분에서 이미 쓰이고 있다. 안동 하회마을에는 ‘허씨 터전에 안씨 문전에 유씨 배판’이라는 말이 전해온다. 이는 일찍이 이 마을에 대대로 터를 잡고 살아온 성씨(姓氏)의 변화를 차례로 알 수 있는 말이다. 최초로 허씨(許氏)들이 자리를 잡았다가 이후에는 안씨(安氏)들이, 그 다음에는 풍산유씨(柳氏)가 동족마을을 이룬 곳임을 의미한다. 안동 하회마을은 1984년 1월 민속보존마을로 지정됐다. 이러한 성씨 변천 형식을 울산의 환경 변천에 옮겨보면 터전은 학성(鶴城)의 새 학(鶴)이고, 문전은 울산공업센터 기공이다. 나머지 배판은 백로와 떼까마귀가 때맞추어 찾아오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먼저 터전이다. 울산은 신라 말과 고려 초 각각 ‘신학성(神鶴城)’과 ‘학성(鶴城)’이라는 별호로 불릴 정도로 습지가 많았다. 바꾸어 말해 태화강 중심의 동천, 척과천, 내황강, 외황강, 회야강 등 여섯 곳의 강과 천의 하류에 공통적으로 거대한 습지가 생성됐던 것이다. 습지는 오랜 세월 학의 터전이었다. 습지는 그 후 염전, 농경지, 비행장 등으로 변천했고 이는 학의 터전이 서서히 사라지게 된 원인이 되었다.
다음은 문전이다. 학의 터전이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듯 점차 줄어들면서 문전이 시작됐다. 1962년 2월 3일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이후 석유, 화학, 조선, 자동차 등 산업의 발전과 확대로 50여년을 문전으로 살았다. 공해로 인한 대기질의 악화, 인구 증가로 인한 생활 오폐수 양의 증가로 강, 하천의 오염 등 곳곳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나타났다. 문전의 오염은 2005년부터 시작된 태화강 마스터플랜과 정비사업으로 강으로 유입되는 오폐수를 원천적으로 막는 작업과 하천 바닥의 오염된 슬러지를 제거하는 공사에서 확인된다. 
마지막으로 배판이다. 2000년부터 관심을 갖게 된 백로와 떼까마귀이다. 천상(天上)의 새, 습지(濕地)의 신(神)으로 불리는 학의 서식지가 없어지자 어쩔 수 없이 떠난 학은 아직까지도 볼 수가 없다. 그 후 공해도시의 오명을 떨쳐버리기 위해 오랜 세월 많은 노력을 한 결과 드디어 자연생태환경이 안정되어 가고 있다. 학이 울산을 떠난 뒤 건강하게 되살아난 태화강 삼호대숲은 백로, 떼까마귀들이 계절에 맞춰 모여들어 둥우리를 지어 산란하며, 떼를 지어 잠자는 서식지로 발전, 확대시켜 배판이 되었다. 
삼호동의 삼호대숲이 백로와 떼까마귀가 중심이 된 시대적 배판으로 상징되는 것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시대적 요구인 생태관광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일 것이다. 이러한 기대감은 짧은 시간에 몇몇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배판의 대표적 사례가 삼호동 철새마을추진협의회(회장 양점규)의 활동이다. 
2016년 3월 16일 창립된 협의회는 지역민과 백로의 공존이 가능한 이유를 지속적으로 교육했다. 그 첫째는 삼호대숲의 가치에 대한  지역민 상대 반복교육이었다. 둘째는 학, 백로, 떼까마귀 등 울산을 상징하는 대표적 새 3종과 삼호(三呼·三湖), 무거(無去), 장검(長黔·長劍), 사군탄(使君灘), 해연(蟹淵) 등 지역 지명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 강좌의 개최였다. 지역민들은 철새의 배설물 악취와 소음, 분변 등에 따른 생활 불편을 숙명인양 인내하며 자연과의 공존의 가치를 터득했다. 그 결과 2019년 12월 23일 삼호동 와와공원에 울산 최초의 철새홍보관이 개관되는 경사를 맞았다. 
떼까마귀들은 매일 여명 무렵 늙은 떼까마귀의 헛기침소리를 신호로 검은 편린(片鱗), 작은 몸뚱이를 움직여 녹색의 대숲을 순식간에 흔들며 날아 나온다. 그리고 오후에는 저녁놀을 배경으로 삼호대숲으로 잽싸게 날아 들어간다. 저녁나절 대숲으로 날아 들어가는 것은 포근한 대숲에서 잠을 자기 위함이며, 이른 새벽 동트기 전 어둠의 이불자락을 뒤집어쓰고 날아 나오는 것은 먹이 터로 가기 위함이다. 무리 지어 들어가고, 떼 지어 나오는 삼호대숲의 하늘은 색다른 풍경을 수놓는다. 새벽 찬 공기를 두 동강 내는 검은 날갯짓을 체험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신비롭고 환상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떼까마귀가 불규칙하게 공중을 날아다니는 것은 하나의 생존전략이다. 큰 무리 짓기, 빙글빙글 큰 원으로 날기, 급하강, 급상승 등 다양한 비행 모습을 일컬어 우리는 ‘떼까마귀의 군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무거운 어둠의 한 이불자락을 까치놀 여명이 기상나팔소리처럼 한순간 힘차게 걷어 젖히면 떼까마귀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일제히 천고(天高)의 연병장으로 날아오른다. 이때를 놓칠세라 감탄의 떼까마귀 군무 체험이 시작된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찾아온 검은 떼까마귀 무리는 초록대숲의 여명바다를 날아 나온다. 홍보관 5층 옥상에 설치된 철새전망대에서 바라보면 폭죽처럼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지는 태화하늘 떼까마귀의 경이로운 군무가 실감 날 것이다. 매일 모든 분을 울산 철새홍보관으로 초대한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조류생태학박사·철새홍보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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