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眼目)을 키워주자
안목(眼目)을 키워주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3.08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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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 같이 북해도로 여행을 갔다. 머지않아 사회인이 될 기대감만큼이나 걱정이 되기도 해서. 모처럼 함께한 며칠 동안 조금 더 서로를 알고 그러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싶어서였다. 마침 일행 중에 30대 후반과 50대 사업가가 있어 이 둘을 내방으로 초대하여 간단한 술자리를 마련하였다. 술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자리를 준비한 것은 아들에게 사회선배들로부터 직접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에.

아시아지역의 텃세에 밀려 아프리카에서 골재사업을 한다는 30대는 연세대 철학과 출신이라고 자기소개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요즘 젊은이들 왜 꼭 국내에서만 아등바등하는지 모르겠어요. 우즈베키스탄 같은 나라에 가면 ‘대우’가 그 나라에 심어놓은 이미지가 대단히 좋아 한국인에게 호의적이고 그런 곳에 가면 젊은이들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청년실업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발표 실업률이 3.5%라면 실제 실업률은 14%이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통계를 가지고 왈가왈부한다고해서 묘책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 TV프로에 나왔던 몽골의 수도 울란바트르(Ulaanbaatar)에서 자동차 판매와 정비업체를 경영하는 교민사장이 말미에 “왜 넓은 곳을 보지 못하고 안에서 힘들어하는지 모르겠다. 고국의 젊은이들은 학력도 높고 머리도 좋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몽골인으로 국회의원과 장관을 역임한 유명지식인 바바르가 미국의 조사를 토대로 앞으로 몽골과 우방은 한국이 될 수밖에 없음을 자국신문을 통해 밝힌 바도 있다. 이 외에도 우리는 외국에서 성공한 사례를 매체를 통해 보고 듣는데 “기회는 준비된 두뇌를 편애한다.”라고 한 오수현씨는 영국 런던 금융계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으로 젊지만 세계 금융의 중심지 영국 런던의 헤지펀드 회사에서 마케팅 이사로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기회를 직접 찾아 나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고 했다. “항상 준비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며.

카타르의 식탁을 바꾼 런던 베이커리 이예라사장과 파리 베이커리 나종호사장은 한국인의 손맛으로 카타르인들이 즐겨 먹는 빵 시장을 80% 이상을 점할 만큼 굳건한 토대를 구축했고,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오영석사장은 한국의 맛으로 일본 동경 중심에 1996년 1호로 한국전통음식점’처가방’을 열었는데 지금은 점포가 20개로 늘었다. 손님의 90% 이상이 일본인이라 음식 재료의 50%를 한국에서 가져오고 조리사도 한국에서 직접 채용한 60여 명이 한국 맛을 내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중국대륙의 젊은 여성들을 매료시킨 이춘우사장은 자신만의 사업구상과 입소문만으로 중국 화장품 시장에 강풍을 일으키고 있다. 고품질 중저가 화장품이라는 개념으로 창업 2년 만에 전국에 93개 매장에서 1차 목표 1000개로 늘여갈 것이라는 이춘우사장은 ‘한국식 인사, 한국인이 운영하는 공장,’ 바로 ‘한국’이 경쟁력이라고 했다. 이처럼 우리 젊은이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넓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식을 품에 안고서 자신의 잣대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애달아한다. 그러면서 오히려 아이들이 가진 무한한 도전정신과 자신감의 날개를 퇴화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스럽다. 이제라도 부모가 중심적 역할을 하면서 정부가 앞장서서 젊은이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제도(System)적 장치를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밤낮없이 어학에만 매달려 토익(TOEIC), 토풀(TOEFL) 점수만을 높여왔지 정작 외국인을 만나면 피하기 바쁜 모습에서 당당히 맞설 수 있도록 자신감을 길러주어야 한다. 망원경만 바라보지 말고 그 속에 비춰지는 하늘의 온갖 별자리를 찾아 볼 수 있는 것이 망원경임을 알게 해야 한다. 달을 가리키는 손을 볼 것이 아니라 달을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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