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의 영업제안
편집장의 영업제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2.02 2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자는 열 살 무렵부터 신문 배달을 다녔다. 남구 야음시장을 중심으로 유공사택과 깨밭골 주변의 사방팔방이 배달의 무대였다.

그때는 조간신문 지면이 8면 정도로 얇아서 누런 포장지에 신문을 둘러말아 옆구리에 끼면 됐다. 인쇄의 질도 떨어져 배달을 마치고 나면 손가락 끝이 새까매지곤 했다.

나중에는 지면이 늘어나 오토바이가 아니면 배달이 힘들 정도로 신문사마다 증면 경쟁을 벌였고, 판촉에도 사활이라도 걸린 듯 매달리곤 했다. 그때는 정말 신문사마다 돈이 넘치던 시절이었다. 지면에 쏟아지는 광고는 물론 신문지국에도 전단지가 많아 자동삽지기가 없는 지국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신문업계에 발을 들인 후 이런저런 연유로 빠져든 ‘신문쟁이’ 일이 햇수로 치면 40년에 가까웠다. 필자의 하루는 매일아침 조간신문의 잉크냄새와 더불어 시작됐다. 40년 가까이 보아온 종이신문들을 스크랩을 하든지 그대로 보관해두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 번씩 생각해볼 때가 있다.

그랬다면 그 신문들은 상당한 사료적, 금전적 가치가 있었을지 모른다. 또 신문 속의 내용을 꿰뚫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울산에서 전문가 대접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필자의 생각처럼 지면을 디지털 방식으로 작업해둔 신문사가 대부분이고 종이신문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보관해둔 곳은 흔치 않을 것이다. 모으는데도, 보관하는데도, 사료적 가치로 인정받는데도 상당한 수고가 따를 작업일 테니까 말이다.

필자의 이런 생각을 직접 실천한 사람들을 방송에서 보게 되는데 그 레퍼토리(repertory)가 참으로 다양하다. 수십 년간 과자나 라면 봉지를 오려 모은 사람, 우표를 모은 사람, 옛날 레코드판을 모은 사람, 전 세계의 커피기구를 모은 사람 등등. 그 분야 전문가의 말의 힘은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울산에서 태동한 현대자동차가 여태 제작한 차량들을 모으고 모아서 자동차박물관이라도 만든다면 지역경제에도 든든한 밑받침이 되지 않겠는가. 현대중공업은 여태 주문을 받아 제작한 선박들을 다 모은다 해도 대형 선박이어서 보관이 쉽지 않으니 실물을 축소한 모형으로 제작한다면 그 나름 승산 있는 관광산업의 모티브가 되지 않을까.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의 경우 위치나 면적이나 손색이 없고, 세계의 유수 메이커의 제품들을 사들이는데 상당한 공을 들여 훌륭한 관광지의 면모를 선보인 게 기억에 남는다.

울산의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울주군에 호랑이 생태체험관을 만든다는 발상도 좋고, 현대미포조선 도크에 돌고래를 방류해 관광 진흥에 이바지한다는 발상도 좋다. 하지만 지역정서에서 우러난 스토리를 입히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까. 자타가 무릎을 칠만한 좋은 아이디어에 울산만의 스토리텔링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승산 있고 멋진 도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문학이 설 자리를 잃고 시가 읽히지 않는 디지털의 시대에 한국의 출판문화는 이대로 영영 추락하고 마는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필자가 편집장 업무를 봐오면서 구상한 것이 은퇴를 앞둔 퇴직자에게 일생을 담은 책 한권을 선물해 주는 것이다. 52주 과정으로 글쓰기 훈련을 거쳐 그동안 적은 글을 모으고, 틈틈이 찍어 얻은 사진을 책에 곁들여 싣는다면 자신만의 멋진 작품이 될 것이고, 조촐한 출판기념회라도 연다면 환희의 기념이 될 것이다.

박정관 굿뉴스울산 편집장·울산누리 블로그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