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점포’는 생존공간
시장 ‘점포’는 생존공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1.2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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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구노량진수산물시장 상인들에게는 지난 2년의 시간은 악몽이었다. 구시장 철거에 항의하며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에게는 그 악몽이 현재 진행형이다.

노량진수산시장을 관리하는 수협중앙회가 ‘수산시장 현대화’를 추진한 것은 2007년부터 였다. 건물이 지어진지 30여년이 지난 데에다 2004년 건물 안전사고 위험 평가에서 안전등급 C등급을 받은 것이 현대화 추진의 근거가 됐다. 상인들도 공감하면서 사업 추진에 큰 걸림돌이 없었다고 한다.

실제 2009년 4월 시장 종사자를 대상으로 현대화사업 기본계획 설명회가 열렸고, 시장 종사자 투표 결과 판매상인 80.3%, 중도매인조합 73.8%가 사업에 동의했다.

문제는 2015년 10월 신시장이 완공된 후 터졌다. 완공된 건물을 본 시장 상인들은 신시장이 도면과 달리 구시장보다 면적이 좁고, 사방이 막힌 데다 통로 측 가게가 아니면 매상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로 입주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반면 수협은 수협대로 이미 여러 차례 상인들과 논의해 지은 건물이라고 맞섰다.

양측의 대립 속에서 결국 2016년 3월 기존 구시장 건물 옆에 지은 신시장으로 상인들이 입주하기 시작했지만 전체 상인 350여명 중 100여명이 올해 6월까지 이전을 반대하며 구시장에 남았다. 이들은 자신의 영업 자리를 지키며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맞섰다.

결국 지난해 4월 5일을 시작으로 올해 8월 9일까지 무려 열 차례에 걸쳐 법원의 강제집행이 이뤄졌고, 본격적인 철거작업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과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졌다. 신시장 입점을 거부하는 상인들은 불과 수 일전에도 생존권쟁취 결의대회를 열고 수산물이 공급될 때까지 집회를 멈추지 않겠다고 하고 있어 갈등이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지만 울산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도 상인들의 생존권 요구 상황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울산시가 농수산물도매시장 점포 임대방식과 관련해 기존의 수의계약을 입찰로 변경키로 한 뒤 시는 지난 15일부터 25일까지 시작한 입찰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그 결과 74명의 기존 상인 중 낙찰자는 불과 16명. 때문에 나머지 58명의 상인은 다음달 31일까지 점포를 비워야 한다. 결국 입찰에서 떨어진 58명의 상인들은 점포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노량진 수산시장의 비극이 울산에서도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실제로 기존 상인들은 입찰 시작 전에도 시의 입찰 실시를 막기 위해 시청에서 집회를 벌였고, 개찰일인 26일에도 시청을 찾아 항의를 했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울산지방법원에 입찰 중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던 만큼 점포를 비우는 과정에서 상인들의 저항으로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사태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사태는 본질적으로 사안이 다르다. 노량진의 경우 입점 권리가 있는데도 상인들이 매상 인하 등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지만 울산은 2006년 공유재산법 개정에 따라 수의계약을 입찰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으로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다만 지난 1월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소매동이 화재로 변수가 발생하면서 꼬여버린 것이다. 시는 점포를 잃은 상인들을 위해 상·하수도, 전기·통신시설 등을 갖춘 임시영업장을 마련해 주면서 송철호 시장이 화재가 난 만큼 5년 정도 더 있을 수 있도록 약속을 했다는데 있다. 바로 매듭이 꼬이기 시작한 지점인 셈이다. 점포를 잃는다는 것은 상인들에게는 생존권과 직결되는 일이다. 노량진수산물시장 같은 비극은 없어야 한다.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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