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소방함정의 위력
대형 소방함정의 위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0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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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전 10시51분께 울산 핵폭발을 연상케 하는 불기둥이 치솟았다. 이어 5시간 넘게 유해 화학물질을 함유한 시커먼 연기가 울산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해있던 2만5천881t급 케이맨 제도 선적 석유제품운반선인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나면서다.

‘스톨트 그로이란드’호가 폭발하면서 내뿜은 불기둥은 지척의 울산대교(높이 64.9m)보다 더 높은 200m가량 치솟았다. 폭발 당시 열기는 현장과 1㎞ 정도 떨어진 곳까지 전달될 정도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화재 당시 이 배에는 석유화학제품 14종 2만7천t 가량과 러시아와 필리핀 국적의 외국인 선원 등 총 25명, 옆에 정박해 있던 싱가포르 국적의 석유제품 운반선 ‘바우달리안’호 21명 등 46명이 모두 구조됐다. 이중 18명이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마셔 치료를 받았다. 사망자는 없었다. ‘하늘이 도왔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었던 하루였다. 하지만 그건 그날 하루 동안 벌어졌던 사고의 결과만을 따졌을 때 해당되는 사항이고, 폭발사고 진압과정과 앞날을 생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고가 터지자 60대가 넘는 소방차가 투입됐고, 울산해경에서도 화학방재1함을 비롯해 소방 1호정, 방재 16호정, 300함 등 가용 소방함정들이 모두 투입됐지만 불길은 쉬이 잡히지 않았다. 부산해역에 정박해 있다 4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한 3천t급의 3001함이 투입되자 겨우 불길이 잡혔다. 최초 사고시점으로부터 5시간 남짓이었다. 3001함의 경우 시간당 120t의 물을 뿜어낼 수 있는 대형 소방함정이다. 대단한 위력의 3001함이지만 정작 주목해야 할 부분은 폭발이나 화재가 났을 경우 석유화학제품들의 엄청난 가연성이 아닐까. 3001함이 도착하기 전까지 무려 4시간 동안이나 계속된 화재에서 다른 탱크로 연쇄 폭발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초기 집중 진압에 나선 울산소방본부와 울산해경의 노력 덕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울산항은 인근 석유화학공단과 함께 ‘화약고’라는 꼬리표가 붙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울산항은 전국 액체화물 물동량의 30% 이상을 처리하는 전국 1위 액체화물 중심 항만이다. 올해 1∼7월 울산항 전체 물동량(1억1천744만t)의 81%(9천512만t)가 원유, 화학공업생산품, 석유정제품 등 액체화물이다. 폭발이나 화재, 해양오염 등 사고 위험의 부담을 늘 안고 있는 셈. 특히 화물을 육상에 하역하는 대신 선박에서 선박으로 옮겨 제3국으로 나가는 환적화물 비중 역시 액체화물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7월까지 환적 화물량(175만t)의 80.0%(140만t)가 액체화물이다.

액체화물 중 비중이 가장 큰 수입 원유는 해상에 설치된 부이(buoy.바다에서 유조선의 기름을 받아 육지로 이송하는 시설)를 이용해 육상으로 옮긴다. 정유업체가 원유를 이용해 생산한 석유정제품은 각 업체 전용부두에서 선적돼 수출 길에 오른다. 반면에 액체화물 환적은 부두에 입항한 선박 간에 이뤄진다. 그 과정에서 선박 노후도, 선원이나 하역작업자 등의 숙련도 등에 따라 사고 위험이 끼어 들 여지가 있다. 이번 염포부두 사고 역시 배에서 배로 석유화학제품을 옮기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발생했다.

다행히 지난 1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고 현장 방문을 계기로 울산항 부두에서 진행되는 액체화물 환적(T/S)에 대한 기능이 전면 재조사되고, 폭발사고가 난 염포부두의 경우 앞으로 환적 기능이 제외될 것으로 예상돼 조금은 안심이 된다. 하지만 사고는 늘 예고가 없다. 석유화학운반선 뿐만 아니라 유류저장시설 등 폭발사고의 위험이 상존한 울산항 주변의 현실을 감안할 때 조기 진압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소방장비 확충이 절실해 보인다.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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