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십리대숲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태화강 십리대숲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0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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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십리대숲’이 태화동 대숲에서 무거동 대숲으로 되었는지 알고 있는가? 혹 예전부터 내려오는 명칭은 없었는가? 있었다면 빨리 찾아서 제대로 불러줘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구글 검색창에서 ‘십리대숲’을 치면 주소는 ‘태화동 650-26’으로, 지도는 오산광장 근처로 표시된다. 또 네이버에서는 ‘십리대숲’이 무거동에서 태화동에 이르는 대나무숲으로 되어 있다.

언론 보도에서는 ‘십리대숲’을 ‘태화동에서 삼호교 인근까지 4Km에 걸쳐 있는 대나무숲’이라고 당연한 듯 적고 있다. 지금 태화동과 무거동~삼호동 일대에 남아있는 대숲의 길이는 최대 2.6km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십리대숲’이라는 명칭은 언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을까? 기록으로 남은 자료는 없는 것으로 안다. 예전부터 태화강 대나무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 유래를 아느냐? 하고 물으면 태화강 물길이 100리 정도 되는데 대숲이 그중 10분 1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해서 ‘십리대숲’이라 불렀을 것이라고 추정만 할 뿐이다. 그러나 이는 길이(지리적) 개념이지 명칭이 될 수는 없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대나무숲의 예전 이름이 있었다면 그것을 다시 찾아내서 바르게 불러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예전부터 범서읍 구영리에는 강당대밭이 있었다. 지역 어르신들은 태화강 대나무숲은 강당대밭에서부터 그 아래 태화동까지 이어졌으며, 이 대밭에는 떼까마귀와 백로들이 살았다고 다고 기억을 더듬는다. 대나무밭은 삼호섬에도 있다. 그러나 규모로 치면 태화동 대나무밭이 가장 넓고 사람도 많이 찾는다. 그래서 ‘십리대밭’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곳에는 오산못, 오산광장, 내오산로에서 알 수 있듯이 ‘오산’이라는 이름이 자주 나온다. ‘내오산로’라는 도로가 생긴 것은 ‘외오산’이 있었다는 말일 것이다. 외오산은 이미 없어진 ‘삼산’을 말한다. 하지만 지금 남은 것이라고는 돋질산과 태화강역 뒤편에 조성이 끝난 쓰레기매립장 정도뿐이다. 필자는 지금의 십리대숲 이름을 ‘내오산대밭’이라 부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울산 태화강 대나무는 신라시대부터 자라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열녀강에 있었던 열녀비각의 역사를 비춰 봐도 알 수 있다. 문헌 기록을 살펴보면, 1454년의 세종실록지리지, 1864년의 대동지지, 1531년의 신증동국여지승람과 1760년의 여지도서, 그리고 19세기의 임원십육지(1842-1845)에 태화강 ‘왕대’와 ‘이대’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일본인이 만든 ‘강진이’ 대밭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따라서 역사가 깊은 현재의 대나무숲에 ‘십리’라는 길이의 개념을 붙여주기보다는 역사적 유래에 바탕을 두고 ‘내오산대밭’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그렇게 부르도록 했으면 어떨까 한다.

한편, 같은 방법으로 ‘영남알프스’를 검색했더니 ‘가지산’이란 표기가 나온다. 역사성 없이 문법에도 맞지 않은 명칭이 언젠가부터 굳어져버린 결과로 보인다. 고치려 해도 어렵게 되었다. 지금은 옛 이름조차 찾기가 힘들다. 고유의 아름답고 뜻이 있는 이름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 대나무숲을 더 늘리더라도 고유의 바른 명칭을 표기해주고 불러주는 일이 태화강 대숲을 생태관광자원으로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울산시가 내오산대밭과 태화들을 중심으로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을 신청했다. 따라서 내오산대밭이 들어간다고 하면 외오산이 있었던 근처에 남은 돋질산 부근까지 국가정원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어떨까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풍수지리적으로도 맞고 태화강과 울산의 지형을 고려한 국가정원의 품격에도 걸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태화강역이 복선전설화가 되면 태화강 국가정원과 돋질산으로 이어지는 관광벨트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태화강 내오산대밭을 보고 국가정원을 지나 억새밭을 누비며 태화강역을 건너 돋질산에 올라 무룡산, 동해바다, 울산항을 보는 코스는 과광객들을 하루 머물렀다 가게 만들 수 있는 생태관광 코스로 손색이 없다고 하겠다.

태화강역~장생포 구간에 기차를 달리게 하면 고래까지 품을 수 있는 관광벨트로 탈바꿈하지 않을까? 태화강역 뒤쪽 생활쓰레기매립장 터를 아름다운 숲으로 꾸며 연결한다면 공단과 주거·상업지를 격리시키는 완충녹지도 되고 주민 쉼터, 관광자원도 되는 일석다조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선조들이 내오산, 외오산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윤석 울산생명의 숲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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