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儀典)에 대한 단상
의전(儀典)에 대한 단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30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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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축제 등 시민을 위한 행사 때 선출직 공무원을 비롯한 내·외빈들의 참석률이 높다. 주최 측은 의전에서 최선의 성과를 얻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때 참석 인사(선출직 공무원)들이 소개 순서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좌석 배치를 두고 신경을 곤두세우곤 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이후의 풍경이다. 선거가 다가오면 그 정도가 더 심해진다.

6·13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2017년 5월로 기억된다. 울주군이 자체 행사에 시의원들이 축사나 인사말을 하는 순서를 없앴다. 울주군의회가 ‘의전행사 축소와 주민 편의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주민들이 모이는 지자체 자체 축제나 행사에 시의원들이 단상에 오르거나 축사를 하는 행위를 금지토록 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었다. 선거를 앞두고 시의원들이 나서는 바람에 정작 자신들의 ‘얼굴 알리기’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기 싸움은 후보 등록 직전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민선 7기가 출범하면서 울산시가 권위적이고 형식적인 내빈 위주의 행사를 바꿨다. ‘각종행사 간소화 추진계획’발표가 그것이다. 시민이 중심이 되고 존중받는 행사가 정착·확산되도록 ‘권위 내려놓기’를 실천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시민과 참여자 본위의 행사인 공연·축제·문화·예술·체육행사는 내빈 초청을 생략하거나 모바일로 초청장을 대신하기로 했다.

주빈 참석여부에 상관없이 행사는 예정된 시간에 맞춰 정시에 진행하고, 시민들이 앞쪽에 앉도록 배려하기로 하며 시장은 행사장에서 세 번째 이후 열에 있는 자리에 앉는 것도 포함했다.

다만, 격식을 갖춰 추진해야 하는 국경일 행사와 전국단위 행사는 관례대로 참석 내빈을 위한 초청장을 발송하고, 지정좌석제를 운용하기로 했다.

울산시의 의전 간소화 발표가 기초자치단체로 확산됐다. 시가 발표한 내용을 기본으로 자치단체별로 특성에 맞는 간소화 방안을 내놓고 시행하고 있다.

울주군은 대규모 행사에서 불가피하게 의자를 배치해야할 경우 첫 줄만 공석으로 비워 지정석을 없애 상석의 개념을 탈피하기로 했다.

하지만 ‘권위 내려놓기’를 시행한 지 1년이 채 가기도 전인 이달 초 울주군이 마련한 옹기축제에서 의전문제로 울주군과 울주군의회가 삐걱거리면서 갈등을 빚었다.

사건의 발단은 축제 개막식에 군의장과 의원 관용차량 진입이 일시 통제되면서다. 당연 의원들이 항의하면서 불만을 드러냈고, 의원들이 식전 행사에 불참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선호 군수는 이를 두고 행사 ‘보이콧’으로 판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간부공무원 회의에서 향후 각종 행사시 의원 참석 여부에 대해 의회에서 사전 검토한 뒤 집행부와 협의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전 직원이 (간부회의)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지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자 군의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김상용 의원이 지난 16일 열린 제186회 임시회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지자체 수장의 발언으로 적절치 않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김 의원은 “행정 행위에서도 재량 행위가 있듯이 의회관련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법령 내에서만 한다는 것은 규제를 없애가며 주민의 편의를 강조하는 지금의 행정에 맞지 않는 처사”라고 했다. ‘갈등’이 행정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사전적 의미의 ‘의전’은 예(禮)를 갖추어 베푸는 각종 행사 등에서 행해지는 예법이다. 예는 오랫동안 그 사회의 풍속이나 습관을 통해 형성된 사회적 규범이며, 일상생활 속에서 개인 간의 관계를 규율할 때는 예절이라 하고 일정하게 틀을 갖춘 공식적 관계에 적용할 때 의전이라 부른다. 의전의 기본은 ‘예절’이다.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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