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게임’ 속의 北 발사체
‘눈치 게임’ 속의 北 발사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07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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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리 정부의 예상을 깨고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하는 등 고도화·다각화 전략을 구사했다. 과거 한 종류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각각 한국, 일본,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를 가진 스커드, 노동,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북한이 무력도발로 다시 국제사회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한 듯하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여전히 그다지 위협적인 도발은 아니었다며 의미를 크게 두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다수 국민들은 불안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CNN방송이 지난 4일 북한이 발사체를 쏜 당시의 위성사진을 입수해서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이 발사체가 남긴 연기 꼬리를 보고, 전형적인 탄도미사일의 궤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군 당국은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에 대해 “단거리 미사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보통 우리가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하면 사거리가 1천㎞ 이내, 중거리는 3천∼5천㎞, 장거리는 5천㎞ 이상인데,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것은 사거리가 200㎞ 언저리였다는 것이다. 이 신형 무기는 미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을 직접적인 타격 대상에 올릴 수 있으며, 그것도 수도권 주민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동해안 원산에서 발사하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3분의 2가 사정권에 들어온다. 더구나 이동발사대에서 기습 발사할 경우 사전 탐지와 경보가 어렵고, 통상의 포물선 궤도가 아니라 종말단계에서 상승한 뒤 급강하하는 편심탄도(eccentric ballistic) 비행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협적인 무기다.

미국이 대응을 자제하고 있으니 괜찮다며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건 더 큰 문제다. 정부의 미온적인 자세는 도발 수위를 더 높여도 아무 탈이 없을 것이란 북한의 오판 가능성만 높여 줄 뿐이다.

이번 북한의 미시일 발사 사태도 북한의 도발, 미국과 일본의 대응,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종착점을 알 수 없는 불안한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 예상된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후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보여준 발언과 태도들은 매우 실망스럽다.

이번 발사체는 ‘대남용 무기’로 보인다. 국방안보 관련 고위 정부 당국자들을 보노라면 눈치 게임하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등 매우 실망스러운 대북 정세관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쉽다. 과연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먹고 사는 정부 당국자들이 이런 안이한 자세로 국방안보 문제에 임해도 되는 것인지 국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미사일 발사 이후 지금까지의 사태 진전을 통해 볼 때 몇 가지 북한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이번 미사일 도발을 통해 북한은 한국과 일본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공격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고 했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에 시그널(신호)을 주기 위한 것과 함께,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는 것과 동시에 북한 내 군부 등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체제를 결속하기 위한 목적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 사태로 인하여 대북정책을 부분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 같다. 그렇지 않고 대북한 유화정책을 계속할 경우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마저도 국제사회의 외톨이로 전락하고 말 것이란 생각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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