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수목원 조성을 준비하며
울산수목원 조성을 준비하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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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방송 중에 연예인들이 정글을 찾아가 자연을 느끼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 며칠 동안 원시적인 삶을 경험하는 프로그램과, 생활 자체를 사람들이 살지 않은 오지 숲속에서 해 나가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이런 방송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방영된다는 것은 그동안 우리들의 몸과 마음이 숲과 자연을 얼마나 그리워해 왔는지를 잘 말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인류는 지난 수세기 동안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어느 생명체보다도 우월하고 급속한 발전을 가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개개인은 문명 발전의 성과물에 행복해 하기보다는 거대한 문명을 일구는 하나의 구성요소로서 또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의 종사자로서 너무나 바쁘게 살아가고 있고, 그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가 일상화되고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을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보다는 거대한 콘크리트 속에서 자연과 분리된 삶을 살고 있다고 해서 지나친 말이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약 87퍼센트가 도시에 정주하는 것으로 나온다. 도시생활은 문명화되고 분업화된 삶을 살아가기에는 편리할지는 몰라도 밀집된 삶의 형태는 또 다른 부작용을 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현대인들이 밀집된 도시생활로 인해 겪게 되는 육체적, 정신적, 심리적 폐해를 최소화하고 삶을 조화롭고 윤택하게 하려면 자연을 알고, 자연과 조화롭게 교감하고 순응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일 것이다. 그래서 숲은 우리 인류의 가장 오래된 동반자이자 치유센터라 할 수 있다. 대자연은 태고 때부터 인간과 함께 해 오면서 때로는 두려운 존재로 그 힘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우리가 자연을 소중히 하고 공존하는 과정 속에서는 무한한 혜택을 선물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숲이 파괴되고 자연이 훼손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헐벗은 산을 녹화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1, 2차 치산녹화계획, 산지자원화계획, 경영기반 구축 및 녹색국가 구현의 단계를 거쳐 왔고, 그 덕분에 단기간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국가가 되었다.

이제는 녹화된 산림을 목재 생산의 목적으로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정책도 다양한 산림의 기능을 이용하여 국민들이 숲과 더불어 행복을 누리게 하는 ‘녹색복지국가의 구현’ 쪽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 울산시 또한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국정과제에 발맞춰 숲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산림복지 서비스 확대’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대표적인 시책이 산림복지시설인 울산수목원과 대운산 치유의 숲 조성이다. 대운산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 숲이 주는 혜택을 한껏 누릴 수 있도록 사람이 자연과 공존하는 공간으로 조성하려는 것이다.

대운산 계곡 양안(兩岸)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지녔으면서도 그동안 사유화된 농경지의 울타리와 철조망으로 둘러싸이는 바람에, 설령 이곳을 찾더라도 대운천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소수인의 특권의식 때문에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던 이 공간이 시민들에게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되돌려주게 될 것이다. 또 앞으로는 산림유전자원의 학습과 교육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치유와 힐링도 누리게 되는, 산림복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울산수목원에서는 기존의 농·경작지를 활용하여 다양한 산림유전자원을 확보·전시해서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산림교육문화센터에서는 시민들이 자연을 학습하고 숲과 더 친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그 가치와 효용을 극대화할 것이다. 또 치유의 숲에서는 자연치유력을 이용하여 바쁜 일상생활에서 받았던 각종 스트레스를 완화·해소하는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다. 이렇게 대운산은 산림복지를 실현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렇지만, 시민들이 함께 즐기고 행복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수목원 조성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기존의 등산로를 폐쇄할 수밖에 없어 이용자들은 잠시나마 불편을 감수해야 될 것 같다. 수목원은 건축·토목 등의 기반공사가 마무리된다고 해서 일순간에 명품 수목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수목원 조성 사례를 볼 때 최소 10년 정도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수목원으로서의 위상이 갖추어진다. 우리 시 관계자 모두는 그 기다림이 아깝지 않도록 차근차근 준비하여 명품 산림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땀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울산수목원이 시민들의 품으로 다시 돌아올 그날까지 시민 모두에게 기다림의 미덕을 기대해 본다.

최재근 울산시 녹지공원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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