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편향과 왜곡인가
누구를 위한 편향과 왜곡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02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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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5천여 중·고교 가운데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유일하게 지정된 경북 문명고가 심한 홍역을 앓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지난 달 중순부터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교내에서 시위 중이다. 학교 재단과 교장이 일방적으로 연구학교 지정을 밀어붙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 벌이고 있는 서명운동은 단 며칠 만에 목표치 1만명을 훌쩍 넘어섰다고 한다.

문명고 사태는 국정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학계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국정 역사교과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술 분량이 세종대왕의 7배를 넘을 만큼 편향된 역사의식을 담고 있으며, 오류도 수백 개가 넘는다고 한다. 고교생 92%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역사왜곡 가능성, 편향된 역사의식, 집권당 성향 편중 등이 그 반대 이유였다.

요즈음 벌어지고 있는 ‘역사교과서 파동’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민간 출판사가 참여한 검인정 역사교과서의 경우도 편향된 저술로 큰 물의를 일으키기는 마찬가지였다. 집권 세력의 성향, 즉 좌파냐 우파냐에 따라 집필진이 그 입맛에 맞추다 보니, 가장 중요한 역사의 균형이 무너지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빚었던 것이다. 바로 이러한 검인정 역사교과서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마련한 대책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본 결과, 이미 언급한 대로 국정교과서 서술 내용 또한 공정성과 균형 면에서 현 정권의 이념과 색깔 쪽으로 너무 쏠려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정부가 그들의 입맛에 맞는 역사교육을 강요하며 학생들에게 획일적인 사고를 심어주는 문제점이 있다”고 한 어느 학부모의 주장까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거 검인정 역사교과서에서 보여준 집필자의 왜곡·편향된 행태 가운데 대표적 사례가 바로 유관순 열사 부분이다. 그 무렵, 고교에서 필수로 배우고 있던 한국사 검인정 교과서 8종 가운데 4종이 유관순 열사를 아예 다루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교과서를 채택한 고교가 전체의 60%였으며, 나머지 4종 가운데 2종의 교과서도 간략한 사진 설명만으로 유관순 열사의 애국활동을 다룬 것으로 밝혀졌던 것이다.

당시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는 교육부 주최 토론회에서 상당수의 역사교과서가 유관순 열사에 대한 기술을 누락한 것에 대해 “유관순은 친일 경력이 있는 박인덕(유관순 열사의 이화여전 선배)이 해방 후 발굴해 영웅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더욱 증폭된 바 있다. 이에 맞서 고려대 홍후조 교수는 “집필자들이 유관순 열사를 모를 리 없는데 유관순 열사를 뺀 것은 집필자의 편향된 역사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처럼 역사학계의 전문가들마저 역사 인식의 양극화를 드러내는 심각성을 보였던 것이다.

김정인 교수의 발언에 대한 사회 각계의 항의가 빗발치자 며칠 뒤 김 교수는 유관순기념사업회 측에 사과문을 보내 “유관순은 친일파가 만든 영웅”이란 발언을 죄송하게 생각하고 사죄드린다며 서둘러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그 논란의 뒷맛은 영 개운치가 않았다.

김정인 교수의 돌출 발언에 대해 이정은 3·1운동기념사업회 회장은 “3천명이 참여해 19명이 희생된 아우내장터 3·1 만세운동을 유관순 열사가 주도하고 감옥에서 고문을 받아 숨진 것은 변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반박하고 “유관순 열사를 폄훼하는 것은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의 미래를 열어 나갈 우리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의 기술(記述)은 역사적 진실이 우선되어야 한다. 좌편향이든 우편향이든 간에 편향된 시각을 가진 역사학자의 교과서 집필을 막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정부는 다시 세워야 한다. 아울러 권력의 눈치를 살폈거나, 그 권력의 입맛에 맞는 역사 기술에 임했던 일부 비양심적 학자들에게 묻고 싶다. 누구를 위한 편향과 왜곡이었는가를.

김부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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