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자영업자와 선의(善意)의 경쟁
문 닫는 자영업자와 선의(善意)의 경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3.22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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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556만3천명으로 전년보다 8만9천명 줄었다. 지난해 문을 닫은 자영업자가 5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1994년(537만6천명) 이후 가장 적고 지난해 감소폭은 11만8천명이 줄었던 2010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크다. 특히 지난해 자영업자 중에서 종업원 없이 혼자 장사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2만명이나 줄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3만1천명 늘어나 영세 자영업자의 폐업이 훨씬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2002년 619만명까지 늘었던 자영업자는 2008년 590만명대로 줄어든 이후 전반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감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을 떠난 월급쟁이들이 치킨집, 김밥집, 식당업 등에 뛰어들어 자영업은 포화상태가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7.4%로 31개 회원국 중 그리스(36.9%), 터키(35.9%), 멕시코(33.0%)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2012년 기준 인구 1천명당 한국의 음식숙박업체는 13.5개로 일본(5.6개), 미국(2.1개), 영국(2.7개) 등에 비해 훨씬 많았다. 제한된 내수시장에서 출혈경쟁이 불가피해 수익률이 낮고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관용어에서 보듯 이 같은 출혈경쟁을 유발하는 라이벌의 존재를 성장의 원동력으로 이해를 한다면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영원한 숙적이 아니다. 경쟁심을 통해 서로 간 자극제가 돼 함께 발전시키는 관계가 진정한 라이벌이다.

국내 유통업계에도 선의의 경쟁을 하는 전통의 라이벌이 있다. 이들 기업은 혁신적인 제품으로 치열한 경쟁을 진행 중이다. 오랜 세월 강자로 군림하던 기업이 접전을 벌이던 라이벌의 추격에 역전을 당하며 엎치락뒤치락 보기 좋은 전쟁을 펼치고 있다.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과 ‘국민라면’ 신라면이 주는 교훈이다. 삼양라면은 1960년대 ‘꿀꿀이 죽’을 사 먹기 위해 장사진을 친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일본의 라면을 떠올리며 시작됐다. 라면이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일본 명성식품으로부터 기계와 기술을 도입, 1963년 삼양라면을 만들었다. 당시 가격은 10원. 당시 짜장면 한 그릇이 20~3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고가의 음식이었다. 삼양라면을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만든 건 정부의 분식 장려 정책이었다.

경쟁관계인 ‘국민 라면’ 신라면의 전신은 롯데공업의 ‘롯데라면’이다. 롯데공업은 후계자 구도와 관련하여 논란중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동생인 농심그룹 회장이 라면사업을 하기 위해 사채를 끌어다 만든 식품업체였다. 삼양라면에 밀려 2위 업체에 머물고 있던 롯데공업은 1975년 농심라면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농심라면의 인기로 1978년에는 아예 사명도 농심으로 바꿨다. 농심라면과 육개장사발면ㆍ안성탕면ㆍ짜파게티의 연속 히트로 농심은 1985년 삼양을 제치고 라면시장 1위에 등극했다. 이렇듯 치열한 경쟁을 계속해온 숙명의 라이벌 관계가 국산 라면의 명분을 이어가고 있다.

어려운 경제사정과 제한된 내수시장에서 출혈경쟁이 불가피하지만 파이를 키우려는 상호 발전적인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이제라도 문 닫는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해 소상공인 자금 지원의 확대 등 ‘신(神)의 한 수’가 절실하다. 영원한 강자는 없다. 장수기업의 비밀에서 보듯 라이벌은 동전의 양면 같은 선의(善意)의 경쟁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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