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발견의 위대함
작은 발견의 위대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3.07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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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는 ‘인격과 윤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 대답을 하지요. ‘인격과 윤리’란 비인격적이고 비윤리적일 때 이야기하는 법입니다.”

이 유명한 대화는, 당대 최고의 명성을 누린 ‘공자’의 질문이요 당대 최고의 합리주의자 ‘노자’의 대답이다. 한마디로 공자 스스로가 인격적이지 않고 윤리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이것을 음미해 보면, 노자의 사상은 공자를 뛰어넘는 엄청난 의미의 포용성을 지니고 있음을 말한다. 자고로 서양에 아리스토텔레스와 헤라클레이토스가 있다면, 동양에는 각각 공자와 노자가 있는 것과 비교된다.

춘추전국시대 윤희가 노자에게 “스승님, 도(道)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그 대답으로 적어준 5천자의 내용이 바로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이다.

그 60장 첫머리에 ‘치대국 약팽소선(治大國 若烹小鮮)’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이 있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물고기를 요리하듯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작고 사소한’ 일의 중대함을 명쾌히 보여주고 있는 명언이다.

2002년 국제반도체회로 학술회의에서 S전자 반도체총괄사업부의 황창규 사장이 ‘메모리 신성장론’을 발표한 적이 있다. 즉 1999년에 256M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시작으로 2000년 512M, 2001년 1Gb, 2002년 2Gb, (중략) 2006년 32Gb, 2007년 64Gb 제품을 연이어 개발하여 그 이론을 증명해 낸 내용이다. 40년 동안 깨지지 않고 유지되어온 소위 무어(Moore)의 법칙을 대체하는 반도체업계의 새 정설이자 한국의 자랑거리인 것이다.

이와 같이 메모리 용량을 매년 ‘두 배씩’ 키워온 이 신성장론이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적에 가깝다. 품질과 가격에서 경쟁회사를 따돌린 이 업체도 생산 작업대에서 일어나는 에러는 물론 있을 것이다. 잘못된 부속 하나의 ‘작고 세밀한’ 발견이 없었다면 생산의 효율성을 지켜낼 수 있었을까?

방글라데시 이야기다. 1970년대 미 국무장관 키신저가 국제적인 무능력자라고 손가락질한 최빈국이다. 이것을 면전에서 직접 본 이 나라의 경제학교수 ‘유누스’(M. Yunus)는 다음과 같이 탄식한다.

“나는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경제학이론을 가르쳐왔다. 그 이론이 가진 아름다움이며 조화로움에 감탄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모든 이론에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길바닥에서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도대체 경제학이론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전쟁과 대기근으로 극빈층은 매일 증가하고 있고 그야말로 재기할 수 없는 절망감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빈자들이 돈을 벌고 싶어도 담보 없이는 조그마한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돼버린 것이다. 보다 못해 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한 달 월급 27불을 무이자로 대출해 준다. 물론 상환에 부담을 갖지 말고 그저 생업에 전념하라는 뜻으로 대출해 준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들은 거의 대부분 정해진 날짜에 대출금을 갚았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1976년에 150불 미만의 무담보 소액대출(Micro credit)을 해주는 ‘그라민은행’을 설립하여 성공하는데 이것이 온 세계로 퍼지게 되어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된다. ‘미미한’ 일로 시작된 자신감이 세상을 놀라게 하는 기적을 이루어낸 것이다.

‘작고 사소한 일’을 소중히 여길 때 때로는 큰일을 이룰 수 있다. 사소한 것의 성공은 바로 큰 성공과 같다. 모든 위대함이란 ‘작은 것들’에 대한 충실함에서 비롯된다.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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