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그럼에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6.02.15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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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 바이러스 공포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중남미를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카 바이러스 환자가 최근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등 세계적 유행의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보건기구도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이 리우 카니발을 즐기기 위해 모여들었고, 8월에는 올림픽이 개최될 예정인 브라질이 지카 바이러스의 최대 진원지이다 보니 어느 나라도 무관심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1985년 에이즈를 시작으로 사스, 조류독감, 신종플루, 에볼라 바이러스 그리고 작년에는 메르스라는 신종 감염병들의 파도에 매번 휘청거렸었던 우리나라로서는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일부 매스컴에서는 질병의 위험을 실제 위협보다 과장되게 선정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하고, 전문가라는 분들은 정부 대응의 부실함을 무분별하게 비판하며 저마다의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본의 아니게 국민들에게 심리적 공포감을 심어주는 것을 보아왔다. 급기야 공공기관을 신뢰할 수 없게 된 국민들은 SNS에 나도는 각종 괴담에 휘둘리게 되고, 증명되지도 않은 수많은 예방법과 치료법에 의지하게 되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작년 메르스 사태로 모두들 분명하게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일개 감염병의 유행에 나라 경제 전체가 꽁꽁 얼어버렸고 아직도 그 후유증으로 힘들어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는 큰 사건만 터지면,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찾아내어 사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해결될 수 있는 대책을 찾기보다는 우선 그 사태를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부터 따지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나오는 첫 성명은 대개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누구누구는 물러나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그런데 과연 한 사람을 물러나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그 업무를 담당하던 사람이 제일의 적임자가 아닌가? 우선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원팀을 만들어 책임지고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고, 사태가 해결되고 난 다음 정확한 백서를 만든 후 책임 소재를 따져 징계해야 할 것이다.

부처님은 제자 중에 한명이 인간의 존재 이유를 물었을 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화살에 맞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때 그 사람이 ‘이 화살은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누가 쏘았는지, 왜 나에게 쏘았는지’를 알려고 하기보다는 우선 화살을 뽑아내고 치료를 받는 것이 급하지 않겠느냐고. 일에는 선후가 있는 것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에 물려서 감염된다. 모기가 매개하는 질병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일본뇌염, 말라리아를 비롯해 황열, 뎅기열, 사상충증, 웨스트나일병 등 지카 바이러스 감염보다 더 심각한 질환을 일으키는 것이 대부분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현재로서는 임산부에게 감염되면 소두증을 가진 아기를 출산하게 되지만 일반적인 사람에게 감염되었을 때는 감기같이 가벼운 증상으로 낫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드물게는 감염된 성인이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고,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 성관계를 함으로써 감염되었다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직은 일반화시키기에는 부족한 경우이다. 그러므로 지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너무 과도한 공포심을 가질 이유는 현재로서는 없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 때에도 일부 매스컴에서 공기 전염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강도 높게 정부의 대응방안을 비판한 경우가 있었다. 의학이란 확률의 과학이다. 100만분의 1 확률까지 감안하면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개인적 대응방안으로는 가능하지만 국가적 대응방안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런 주장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는 쉽겠지만 화살을 방치함으로써 사람을 죽게 만들 뿐이다. 그러므로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최선의 선택은 인터넷에 난무하는 근거 없는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공공기관의 말을 믿고 이에 따라 행동하는 성숙된 시민의식이다. 공공기관 역시 숨기지 말고 모든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고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 국민이 필요한 서비스를 충분히 공급해야 할 것이다. 메르스 사태를 키운 것도 불신이 아니었던가?

방학 중임에도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여러 종류의 해외 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해외로 나간다. 오늘날의 학생들은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지카 바이러스가 창궐한다 하더라도 세계를 향한 젊은 청춘의 꿈을 포기할 수는 없다.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준비하고, 귀국했을 때 잠복기 동안 바이러스 감염 의심 증상이 나타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한다면 과도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젊은 청춘들에게 ‘세계’는 지카 바이러스도 어찌할 수 없는 ‘넓고 할 일이 많은’ 곳이다.

<최순호 울산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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