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급인(推己及人)
추기급인(推己及人)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12.0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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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급인(推己及人). 이는 ‘나 자신의 처지를 헤아려 남의 처지를 이해한다’는 뜻이다.

중국 춘추(春秋時代) 제(齊)나라 재상 안자(晏子)에 관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안자는 이름이 영이고 자는 평중(平仲)이다. 비록 몸체는 작고 왜소했지만 검소하고 지혜가 출중하여 제나라 환공(桓公) 때의 관중(管仲)과도 비교될 수 있는 뛰어난 정치가로서 영공(靈公), 장공(壯公), 경공(景公) 3대에 걸쳐 중용되면서 제나라를 안정되게 이끌었다.

그가 재상으로 있던 경공 때 어느 겨울날, 큰 눈이 내려 사흘 낮밤을 그치지 않고 계속되는 통에 온천지가 눈에 덮이고 엄청나게 큰 피해가 발생하였다.

그런데도 경공은 여우털로 만든 두툼한 외투를 입고 마루에 나와 흰 눈으로 덮여 있는 산야의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이때 안자가 눈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경공에게 보고하기 위해 들어섰다. 그러자 경공은 바깥을 가리키며 “공도 저 바깥을 한 번 보세요. 온 천지가 저처럼 희게 변해 있으니 얼마나 아름답소. 날씨도 그리 춥지 않아 마치 봄날처럼 느껴지는구려”라고 하였다.

안자는 경공이 입고 있는 여우털옷을 가리키며 “정말로 춥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경공은 안자가 물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고개만 끄떡이고 앉아 있었다. 이에 화가 난 안자는 직설적으로 “제가 듣기에는 옛날 어진 임금께서는 자기가 배불리 먹으면 누군가 굶주리고 있지 않는지를 걱정하고, 자신이 따뜻한 옷을 입으면 누군가 추위에 떨고 있지나 않는지를 걱정했다고 합니다.

폐하께서는 다른 사람들의 처지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폐하 자신만 생각하고 있군요”라고 일침을 놓았다. 경공은 그제서야 안자가 한 말의 참뜻을 알아차리고 얼굴을 붉히며 무안해 했다.

이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 바로 ‘추기급인(推己及人)’이다. ‘상대방과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라’는 뜻의 우리 속언과 같은 의미의 말이다.

이제 2015년(을미년)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올해의 막바지에 이른 지금 극도로 침체일로로 접어들고 있는 세계경제의 추세는 우리의 목을 차츰 조여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우리의 국회는 국민 모두가 기다리며 갈구하고 있는 각종 경기활성화 법안을 비롯하여 산적해 있는 민생법안을 관심 없이 쌓아놓고 각자의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이권 싸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더구나 국민의 대변인이라 자처하면서도 국민을 위한 법안 만들기라는 본연의 의무는 팽개쳐두고 내년도 국회의원 선거에만 온통 초점을 맞추어 공을 들이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이는 마치 바깥에는 눈보라에 칼바람까지 불어 백성들은 쓰러져가고 있는데 자신들은 따뜻한 국회 안에 앉아서 쌓여가는 눈보라를 보며 즐기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세상 만물의 가치(價値)는 ‘무엇을’에서가 아니라 ‘어떻게’에서 결정된다. 예를 들어 같은 칼이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유용한 생활도구가 될 수도 있고, 흉기가 될 수도 있다. 공직(公職) 또한 이와 같아서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충성(忠誠)과 역성(逆成)이 갈리게 된다.

지금이라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경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자신의 가슴에 붙어있는 금(金)배지를 떼어내어 얼어붙은 국민들의 손바닥 위에다 올려놓고, 조용히 “나 자신의 존재가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나 자신의 본분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시라는 것이다.

<노동휘 성균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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