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두 도시
바닷가 두 도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6.2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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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부산에 갈 일이 있었다. 인구 350만 항구도시 부산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제2의 대도시. 게다가 해수욕장, 자갈치시장, 영도다리, 선박, 컨테이너 그리고 ‘꽃분이네’ 가게가 등장하는 영화 ‘국제시장’을 빼놓고선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정말 문자 그대로 열정이 넘치고 부산스러운 도시임에 틀림없다.

바닷가에 위치한 대도시라 ‘산동네’의 출현은 자생적인 것 같다. 필자가 들른 곳은 산동네 중턱쯤. 가는 길이 꼬불꼬불 하여 수고를 들여야 했지만 다행히 마을버스가 있어 목적지까지 잘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대부분 동네에 사는 아주머니나 노인들뿐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마을버스 승하차에 꽤나 단련이 되어 있는 듯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 운전기사 역시 이 같은 산길 따위는 누워서 떡 먹기인 듯 덜커덩거리면서 속도를 내버린다.

멋진 현대풍 건물도 즐비하게 서 있는 광활한 바닷가 도시 부산이지만 유독 다른 도시에 비해 산동네가 많아 놀랍다.

미국의 경영컨설팅업체 머서(Mercer)가 세계 230개 나라를 대상으로 ‘2014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조사한 것이 있다.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Vienna)’이 단연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고 하니 부럽기 그지없다. 선정기준을 보면 그 도시의 정치, 경제, 환경, 보건, 교육, 주택, 문화, 공공서비스 등을 지수화해서 종합평가한 결과라 한다.

2위와 3위도 지난해와 변동 없이 스위스 취리히, 뉴질랜드 오클랜드가 차지했고, 독일의 뮌헨·프랑크푸르트, 캐나다 밴쿠버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은 아시아 쪽. 싱가포르가 25위로 아시아에서 가장 순위가 높다. 43위 도쿄, 47위 고베, 49위 요코하마 등 주로 일본의 도시들이 순위에 올라 있다.

우리는 ‘천안’이 98위에 올라 그런 대로 체면을 유지해 주고 있지만 왠지 씁쓸하기 짝이 없다. 최하위는 폭탄 테러로 악명 높은 이라크 바그다드다.

좀 지난 조사이지만 우리나라 대도시에 대한 평가를 잠시 보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05년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의 원자료’를 대상으로 광역시 이상 7대 도시의 ‘박탈지수’를 분석한 것이 있어 매우 흥미롭다. ‘박탈지수’(Deprivation index)란 주거환경을 중심으로 ‘삶의 질’을 수치화한 용어다.

그 지수가 높을수록 주거환경은 좋지 않고 삶의 질이 떨어짐을 나타내는데 가장 높은 도시는 부산, 가장 낮게 나타난 곳은 울산이다. 다시 말하면 가장 살기 좋은 곳이 ‘울산’이고 ‘부산’은 가장 하위란 말이다. 아무래도 울산은 대규모 산업단지가 모여 있어 안정된 일자리로 중산층 생활을 누린 점이 영향을 줬을 것이다.

특히 울산대공원과 태화강대공원, 십리대숲, 5월의 꽃대궐 잔치, 한껏 정화된 태화강의 괄목할만한 생태환경 변화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이 모두 시장을 비롯한 울산시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의 결과일 테다.

‘문화도시’는 ‘삶의 질’을 말한다. 즉 유럽의 ‘문화도시’처럼 문화를 주제로 선포한 도시 또는 문화시설이 잘 갖추어지고 문화예술에 관한 정책지원이 흡족한 도시를 말할 것이다. 쉽게 말하면 ‘살기 좋은 도시, 살고 싶은 도시’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삶이 문화가 되는 도시, 나아가 시민들의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도시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도시가 아니겠는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저력 있는 우리도 오스트리아 ‘빈’과 같은 세계 1등 도시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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