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문화마을을 다녀와서
고래문화마을을 다녀와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5.1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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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가 탁 트인 전망의 고래광장에 발 딛고 서니 마치 블랙홀에 빨려들듯 옛 추억 속으로 스며든다. 30년 세월을 거스르면 까까머리 중학생 친구들의 교복 입은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눈에 선하다.

중학교가 없었기 때문에 장생포초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은 시내로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석유화학단지를 지나 부곡에 위치한 대현중학교에는 유독 장생포초등학교 출신들이 많았다. 걸어서 다니기에는 원거리라 거의 모두가 스쿨버스를 타고 다닌 기억이 난다. 스쿨버스를 타고 가는 친구들은 유리창 너머로 인사말을 건넸고, 야음동에서 걸어서 통학한 필자는 영어단어장을 외면서 씩씩하게 등하교한 기억이 떠오른다.

그 친구들의 집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장생포의 옛 모습도 지형도 굉장히 변해버렸다. 이처럼 포경으로 유명한 고래의 도시 장생포가 쇠락의 길로 들어서다가 고래의 전설로 다시금 부활하게 되니 반갑기 그지없다.

2013년 3월에 착공해 2년 여 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15일 개관식을 치른 고래문화마을을 다녀왔다. 후문 주차장에서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이라고 적힌 조형물을 지나가면 먼저 아이들이 즐거워할 고래마을 놀이터가 나온다. 두 발 자전거에 앉아 페달을 힘차게 밟으면 신나는 노래 소리와 함께 점수가 집계된다.

거기서 몇 발자국 앞으로 나가면 고래문화마을 벽화가 50여 미터 담장을 장식하고 있고, 돌고래와 소녀 등 고래와 함께하는 스토리텔링의 포토 존이 연잇는다. 정문 쪽으로 맞닿은 고래문화마을에 진입하면 60~70년대의 이발소, 사진관, 고래해체장, 우체국, 철공소, 국수공장 등의 모습과 마주친다.

고래잡이로 한창 번성하던 장생포의 모습을 영화를 찍어도 될 만큼 거의 그대로 재현해낸 이곳에서 추억의 시간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이곳은 영화세트장으로 각광받을 것이라는 예상처럼 문의 전화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장생포에서 가장 전망이 빼어난 고래광장에는 사위가 탁 트인 장생포 전경이 가슴속을 시원하게 뻥 뚫어 준다. 울산대교가 코앞이고, 길 건너 고래박물관이 손에 잡힌다. 장생포 앞바다의 전경이 수채화처럼 펼쳐져 가슴에 안긴다. 또 눈 들어 동구 쪽을 바라보면 미포조선을 끼고 있는 부드러운 곡선의 해안선이 잡힌다.

고래박물관과 생태체험관을 견학하고 고래바다여행선에 느긋이 몸을 실어도 좋고, 즐비하게 늘어선 식당에서 고래 고기도 맛볼 수 있다. 오는 29일 울산대교가 개통되면 동구와 남구를 잇는 실크로드가 될 것이고,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대왕암공원과 몽돌의 주전해변, 양남의 주상절리 등 관광벨트로 연계돼 관광자원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고래축제가 28일에서 31일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서 개최된다. 29일 울산대교 개통의 역사적인 순간도 누릴 수 있다. 그때 고래문화마을을 방문하게 된다면 탁 트인 고래광장에서 한때나마 세상의 시름을 털어버리길 바란다. 대왕고래, 귀신고래, 범고래 등 거대한 고래조형물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가족들과 친구, 연인과 함께 고래의 도시의 향기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한때 포경과 고래의 마을로 유명하던 장생포가 익명의 섬처럼 잊혀져가고 있었는데 고래의 신화로 다시 부활하니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새롭게 출발하는 고래문화마을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켜켜이 쌓이기를 바란다.

<박정관 굿뉴스울산 편집장/중구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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