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공단 기술자와 제2 중동건설 붐
울산공단 기술자와 제2 중동건설 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3.1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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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해외건설 기술·기능인들 중에 유난히 울산 출신이 많았던 것은 남보다 먼저 울산공단을 일본이나 미국에서 잣대로 통하는 국제표준건설 시방서대로 완벽하게 건설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한 국내 기업들이 많은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고 새로운 중동 건설 붐을 일으킬 MOU까지 체결함으로써 ‘건설 한국’의 꿈을 다시 한 번 부풀게 하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누적관객 수 1천330만을 넘어 영화 ‘명량’과 외화 ‘아바타’에 이어 역대 흥행 3위를 기록한 영화 ‘국제시장’은 흥남부두 철수, 광부 파독, 월남 참전에 이르기까지 현대사의 단면들을 우리 국민들에게 감명 깊게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19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해외건설의 역군들이 열사(熱沙)의 땅 중동과 동남아 등지에서 피땀 흘려 이룬 이 나라 경제부흥의 신화도 이제 곧 영화의 모습으로 재탄생하지 않을까? 제1차 오일쇼크 직후인 1974년 한국의 경상수지적자는 20억2천270만 달러에 달했다. 1년 만에 6.6배로 불어났다. 변변한 수출품도 없었고 달러를 구해오지 않으면 국가부도는 피할 수 없었다. 바로 이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한국경제를 구한 것은 해외건설이었다. 해외건설은 1970년대의 노동집약 산업의 특성을 이용한 수출 히트상품이었으며, 1980년대의 물가를 잡으면서 ‘3저 호황(원유·달러·금리)’을 누리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1976년 ‘20세기 최대 역사(役事)’로 불렸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은 계약금액이 자그마치 9억4천만 달러에 달했다. 당시 정부예산의 25%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1977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한국인 해외건설 노동자가 그려진 그림을 ‘한국인이 오고 있다’는 제목과 함께 표지에 장식하기도 했다. 열사의 나라에서 선진국 근로자들은 혹독한 근무조건 때문에 손사래를 쳤지만 한국인들은 돌관 작업으로 공기 내에 무엇이든 척척 해내었다. 자금력도 기술력도 열세였던 한국 건설회사가 중동시장을 뚫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끈기와 개미처럼 부지런한 근면성 덕분이었다. 한국인들의 이 끈기와 근면성이라는 무기는 영어로 된 공사 시방서를 읽고 레터를 쓸 수 있게도 만들었다.

해외건설 경험은 국내 고속도로, 발전소, 제철소, 댐 같은 기간시설을 짓는 데도 밑거름이 됐다. 80년대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끈 중화학공업 발전의 모태 역할도 해외건설이 해냈다.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해온 각종 플랜트 설비 공사가 국내 중화학공업 회사에 특수를 안겨줬다. 해외건설 덕에 일어선 중화학공업은 1970년대 연평균 20%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80년대 자동차·전자업종 성장의 견인차가 되기도 했다. 과거 중동 업체와의 수출 계약은 주로 건설 분야에 국한됐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순방에 맞춰 진행된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4개국 업체들과의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회에서 이뤄진 수출 계약은 산업플랜트, ICT(정보통신기술), 의료보건, 교육 등 다양한 분야 걸쳐 있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카타르는 1천억 달러(약 110조원) 규모의 월드컵 인프라 구축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장거리 철도(150억 달러 중 1단계 20억 달러), 일반도로 및 하수처리 프로그램(140억 달러), 도하 남부 하수처리시설(30억 달러), 크로싱 교량(60억 달러), 월드컵경기장(40억 달러) 등 총액 290억 달러(약 32조원) 규모의 사업은 정상회담에 힘입어 한국 기업의 참여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한국경제 부흥의 원동력이었던 울산의 주력산업들이 침체 위기에 놓이면서 울산경제도 다시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되새겨야 할 것은 어려운 기후조건을 이겨내고 피땀을 흘리며 온종일 악착같이 돌관 작업을 해내면서 모두가 불가능하다는 공사를 공기 내에 완수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중동 건설의 신화일 것이다. 울산공단을 건설했고 태화강의 기적을 이룩했던 울산의 기술·기능인들이 노련하고 숙달된 경험으로 ‘제2차 해외건설 붐’, ‘중동 건설의 신화’를 다시 쓰는 날이 반드시 도래할 것이다.

이철수 울산사회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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