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부럽지 않은 울산 ‘구역전 시장’
국제시장 부럽지 않은 울산 ‘구역전 시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2.0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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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 국제시장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몰려드는 국내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최근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국제시장’의 주요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흥행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영화 한 편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국제시장을 보면 문화콘텐츠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제시장의 인기 비결이 단순히 영화 촬영지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제시장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그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수없이 다양한 먹거리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밤이 되면 세계 각국의 음식의 맛볼 수 있는 부평깡통야시장과 BIFF 광장을 가득 메우는 포장마차 촌까지 이색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해 국제시장을 명물로 만드는데 한 몫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근 용두산공원과 영도대교 등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의 고단한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또 하나의 관광 콘텐츠로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결국 국제시장의 활기는 아케이드나 주차장 등과 같은 하드웨어적 인프라가 아니라 시장이 가진 역사와 전통, 문화에서 비롯된다고 봐야 한다.

울산 중구도 오랜 역사를 간직한 대표적 전통시장이 있다. 구역전시장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옛 역사 주변으로 길게 늘어선 시장을 걷노라면 설렘으로 가득 찼던 어릴적 기억이 아련하다. 하지만 그 추억을 반추해 보고자 문헌을 뒤지고 인터넷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구역전시장의 전통과 역사를 찾는 것조차 여의치 않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역의 향토사와 언론, 학계 등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중구 구역전시장을 비롯한 중앙시장, 학성새벽시장 등이 간직해 온 역사와 전통을 발굴하고 거기에 문화를 덧입혀 스토리가 있는 시장, 사람의 정과 추억이 담긴 전통시장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이젠 먹고, 보고, 즐길 수 있는 소프트웨어 구축에 신경써야 할 때다. 여기에 상인 스스로가 고객 서비스를 높이고 질서와 위생 수준을 개선시키는 자구 노력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한정된 시간에만 열리는 새벽시장으론 손님몰이를 하기엔 역부족이다.해가 지고 어스름이 일 때 쯤부터 시장만의 특색을 살린 다양한 먹거리를 비롯해 각종 액세서리와 잡화 등을 파는 노점상이 시장 곳곳에 들어서 자연스레 야시장을 형성해 사람들을 끌어 들여야 한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시장이야말로 ‘언제든,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전통시장만의 매력이 되지 않겠는가.

전통시장은 서민경제의 바로미터다. 서민경제활동의 거점인 전통시장이 무너지면 실업률과 양극화 등 사회문제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도시 슬럼화로 이어져 지역주민의 공동체마저 붕괴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전국 각지의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설현대화와 고객유치, 상권활성화 등을 목표로 10년간 3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40조원에 이르던 전통시장 매출은 오히려 지난 2013년 20조7천억원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많은 전통시장들이 몰려 있는 울산 중구 역시 성남프라자에 주차장 조성에만 6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지만 시장 활성화 수준은 기대치에 못 미친다. 아케이드 설치와 진입도로 정비, 주차장 조성 등에 90억원이 투입된 구 역전시장 역시 실질적인 상권 활성화에는 가시적 효과를 찾기 힘든 실정이다. 이처럼 전통시장 살리기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정작 돌아온 결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제부터라도 아케이드 설치와 주차장 마련 등과 같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에서 벗어나 그 전통시장만이 가진 역사와 전통, 문화를 재단장시키는 소프트웨어의 발굴이 이뤄져야 한다. 전통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소프트파워’ 확충에 있기 때문이다.

권태호 중구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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