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의 꽃신
원숭이의 꽃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1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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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지난 한 해 동안의 고통을 잊어버리는 것은 삶의 지혜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은 용기입니다. 나는 이 겨울의 한복판에서 무엇을 자르고, 무엇을 잊으며, 무엇을 간직해야 할지 생각해 봅니다’ (신영복-『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지혜와 용기’에서)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가 절망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 해가 바뀌었습니다. 또 우리가 서로를 원망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사건과 사고들은 반복됐습니다.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사건과 사고들은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사고 없는 날이 없습니다. 대한민국헌법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불안한 사회에 살고 있으며 또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사회적 약자여서, 많이 배우지 못해서, 돈이 없어서 우리는 갑 앞에 수없이 초라한 모습으로 을의 위치에 서기도 합니다. 땅콩회항, 백화점 모녀 사건에서 보듯이 ‘갑질’의 행패도 이제는 일상이 됐을 정도입니다. 폭력이 쉽게 정신을 침몰시키듯 우리는 이미 갑질의 폭력에 노출되어 자신도 모르는 새 또 다른 약자에게 갑질을 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해 봅니다.

우리는 누구나 안전한 사회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우리는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안전의 사전적 의미는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이 편안하고 온전한 상태, 또는 그러한 상태를 유지하는 일” 입니다. 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복지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회 그 자체를 말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안전한 복지사회에서 살고 싶은 거지요.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에서 지난해 이제 갓 17살 된, 고2학년 학생 250명의 생명이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테러를 당해서도 아니고 전쟁 중 목숨을 잃은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기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수백명의 젊은 영혼들이 우리 곁을 떠낫습니다. 우리가 돈벌이에 급급해서, 우리가 정의를 외면해서, 우리가 타인의 삶을 무시해서, 우리가 오직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해서 그들을 잃었습니다.

모든 것은 우리가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 동안 기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비극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서해 훼리호 침몰,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그리고 지난해 발생한 월호 침몰까지.

우리는 새로 시작하되 결코 지난 일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1일 졸업식을 가진 단원고의 졸업식 회고사 일부를 모두에게 전합니다. “4.16 참사로 희생된?2학년 250명 학생들의 넋을?영원히 기리기 바랍니다. 항상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시기 바랍니다.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고, 상처주지 말고, 서로서로 위로하며 살아가기 바랍니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가 정한 선을 넘지 않기 바랍니다. 선을 지키며 사는 것은 나를 보호하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장치이며, 다른 사람의 권리를 빼앗거나 피해를 주지 않고 사는 일입니다”

2015년은 우리 모두 기본을 지키며 사는 용기를 가지기를 기대합니다. 더불어 사는 안전한 복지사회는 정부가 아닌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몫일지 모릅니다. 일에 대한 기본을 지키면 안전이 우리 곁을 지킬 것이고, 사람에 대한 기본을 지키면 더불어 사는 복지사회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기본을 지키기 위한 용기를 가집시다.

<이정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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