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울산제일일보 애독자 여러분들과의 ‘무언의 약속’을 지켜 나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김부조 칼럼’부터 헤아려 본다. 40여편에 이른다.
그러나 ‘분량만큼 내용에 충실했는가’라는 자문에는 흔쾌한 답변을 내놓기 어려울 듯하다. 개인의 생각이나 주장을 글로써 잘 전달한다는 작업이 그리 쉽지 않음의 반증일 것이다. 쓸수록 어렵고 조심스러운 것이 ‘글’임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먼저 한 해 동안 이어온 칼럼의 제목들부터 꼼꼼히 살펴본다. 그 가운데서 유난히 필자의 눈길을 끄는 칼럼은 역시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다. ‘에드워드 존 스미스 선장의 경우’와 ‘이 땅에서 다시는’이라는 제목의 두 칼럼 속에는 너무나 어처구니없고 참담했던 당시의 상황이 필자의 절절한 표현을 빌려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다.
‘출근길에 마주치는 어린 학생들과 제대로 눈을 마주칠 수가 없다. 도대체 어른답지 않은 어른들이 안겨준 커다란 실망감 때문에 분노하는 그들에게 대체 어떤 말로 위로해줘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반드시 지켜야 할 매뉴얼이 상실된 ‘대한민국호’의 부끄러운 한 단면을, 세월호 참사가 고스란히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가 냉철히 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이 대목을 다시 읽은 뒤 정부의 재발 방지책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뭔가 미흡하다는 생각에 필자의 가슴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세월호 사건의 충격에서 모두가 헤어 나오지 못해 힘들어 하던 바로 그 5월. ‘국민검사’로 불리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전관예우의 덫에 걸려 국무총리 지명 엿새 만에 자진사퇴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이에 앞서 초대 총리 후보자였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도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지명 닷새 만에 옷을 벗는 인사 참사(?)가 있었다. 그 뒤로도 인사 문제의 불협화음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급기야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도 청문회 절차를 거치지 못한 채 결국 낙마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줄줄이 빚어지기도 했다. 문 후보자는 자신의 발언 내용에 친일(親日)의 뉘앙스가 담겨 있다는 의혹이 일자 “교회라는 특정 장소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어서 일반인의 정서와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며 “오해의 소지가 생긴 것은 유감이다”라고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변명 쪽에 더 가까워 보였던 그의 말은 “아무리 교회 안에서 한 종교적 발언이라 하더라도 국민 정서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는 국민의 질타를 불러오고야 말았다.
문 후보자의 낙마 사태로 우리는, 고유한 민족사를 왜곡하거나 훼손하는 쪽으로 기운 무책임한 발언은 마땅히 저지되며, 그 책임 또한 발언자가 져야 한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바로 그 무렵 필자는, ‘부적절한 발언과 국민의 정서’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낙마’에 대한 소견을 밝힌 바 있다.
인사가(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크게는 한 국가로, 작게는 한 조직에까지 두루두루 적용되는 말이다. 어떤 일을 추진할 때 그 일을 제대로 할 사람을 뽑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을미년 새해에는 국가지도자의 미흡한 인사로 나라가 시끄러워지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한다.
<김부조 시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