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회-13. 아- 다라여(1)
133회-13. 아- 다라여(1)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2.1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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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벌성이 함락 되었다고 합니다.”

호위 군장이 연락 군병을 데리고 어전에 들러 고했던 시각은 해가 뜨고 나서 얼마 되지 않는 아침 시간이었다. 신라군이 낙동강을 건너 진벌성을 공격했다는 보고를 받은 지 꼭 이틀 만이었다.

신라군은 이번에도 날이 밝기 전 낙동강을 건너 와서 다라국의 동쪽 변경성인 진벌성을 공격해왔다. 진벌성에는 성주인 축마령 장군과 휘하 20여 명의 군장과 일천 명의 군병이 주둔하면서 낙동강을 건너오는 적을 대비하고 있었다.

진벌성은 부왕이 왕위에 오른 이듬해에 세운 성으로 처음엔 황강에서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교역로를 지키고 철정 등 교역되는 물품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그 후 가라국의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교역로의 보호보다는 국경을 경비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는 성이었다.

국왕 진수라니는 가라국(대가야, 고령)이 무너지고 나서 신라의 침공에 대비하여 첫째 왕자를 보내어 성을 정비하고 군기고에 무기들을 점검하고 보충하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 서쪽 변경의 산성에 주둔하고 있던 군장과 병력을 철수하여 진벌성으로 이동 배치하였다.

왕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칠령산성의 병력을 절반 이상 이곳으로 이동시키고, 이수위 무도치를 이곳에 보내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군장들의 전투태세를 감시하게 하였다. 이수위가 이곳에 가고 열흘 만에 신라군이 공격해왔다.

“첫 전투에서 지면 전쟁은 진다.”

진수라니 국왕은 누차 강조했다. 첫째 왕자를 그곳에 보낼 때도, 이수위 무도치를 보낼 때도 그 말을 했다.

“어떤 경우가 있더라도 사수하라.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성문을 걸어 잠그고 끝까지 싸워라!”

왕은 그렇게 하명했다. 그런데 첫 싸움에서 지고 말았다. 진벌성은 황강을 따라 종적으로 쌓아진 성이었고 괴야성은 횡적으로 쌓아서 서로 장단점을 보완하게 쌓은 성이었다. 그래서 진벌성은 적이 우회할 경우는 적을 통과시켜 주게 되는 치명적으로 불리한 점이 있지만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는 훨씬 유리하였다.

진수라니 국왕은 만약에 신라군이 낙동강을 건너고 황강을 따라 우회해서 진벌성을 비켜간다면 횡적으로 누운 괴야성에서 적을 막아서 대치하게 하고, 그동안 진벌성의 병력이 진격하여 후방에서 공격하는 전략을 세웠다.

만약 적이 우회하지 않고 진벌성을 공격해 온다면 진벌성에서 적을 막으면서 적을 성벽 가까이 오도록 유인하여 적을 산발적으로 공격하게 하고 때를 보아 괴야성의 병력이 전진하여 공격한다는 전략까지 세워 성안의 군영에 전달했다.

신라군이 공격해왔다는 보고를 받은 왕은 초조하게 하루를 보냈다. 저녁 무렵에 한 차례 더 전황을 보고 받았다. 성 밖에 신라군이 있었기 때문에 연락 군병은 성의 뒤 산을 타고 하루 종일을 걸어와서 전황을 전해 주었다.

그 다음날도 신라군들이 성을 쉽사리 공격하지 못하고 대치하고 있다는 내용의 전황을 다시 한번 보고받았다. 밤 동안 전세가 변하지는 않을까 해서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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