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목마른 우리의 천사
사랑이 목마른 우리의 천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0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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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에는 다른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가 많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신체의 장애로 인한 사람들도 있지만 결손 가정 자녀들도 그 중 하나다.

요즘은 부부의 결혼관이 많이 바뀌었다. 결혼했다고 해서 무조건 생을 함께 해야 한다는 사고는 뒤로 밀려나 있다. 그러다보니 근래에는 이혼하는 것이 다반사다. 이혼해도 본인들이 주위의 이목을 끌지 못할 정도다. 이렇게 이혼이 일반화 되면서 정작 피해자는 그 자녀들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가 이혼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하고, 부모가 헤어지면서 양육권 주장에 자신이 논란의 주인공이 되는 현실도 목도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비롯된 심리적 갈등은 한 아이에게 평생 동안 멍에로 남는다.

필자가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자매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그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부모가 이혼하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제 두 딸은 성장해 언니가 대학생이다. 그런데 그동안 양육비를 제공하던 부친이 성인이 된 큰딸의 양육비를 보내지 않겠다고 한다. 그래서 어렵게 자식들을 키워 온 어머니가 건강도 좋지 않고, 경제력도 떨어져 고민 끝에 큰딸을 부친에게 보내기로 결심하게 됐다. 그런데 이 학생은 지금 고민 중이다. 부친과 오랫동안 떨어져 살아 친근감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고 아버지가 새로 결혼한 어머니는 친근감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함께 살아갈 미래가 걱정된다는 게 그 아이의 말이다.

“성인이 되었으니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용돈을 벌고, 등록금은 생활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장학재단에서 전액 지원받을 수 있다. 이제 성인이니 부모 지원이 없어도 생활할 방도를 찾아야 하며, 학업을 마치고 직장을 구해 그동안 모진 고생을 감수하며 키워준 어머니를 도와야 한다” 이게 도움을 청하는 학생에게 필자가 해 줄 수 있는 말의 전부였다.

이런 학생도 있다. 어릴 때 부모가 이혼했고, 아버지와 오빠,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조모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장애가 있는 조모의 보살핌이 지극 정성이었지만 받아들이는 소녀의 마음은 항상 편치 않았다. 그러다가 그 소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대학입학 후에도 입·퇴원을 반복하다 대학을 휴학했다. 다시 학교에 돌아왔지만 지금은 공황장애, 대인기피증 등 여러 가지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영화 구경 한번 못했고, 많은 사람들이 있어 운동장에서 운동을 못했다고 한다. 친구들의 많은 대화와 보살핌이 도움이 돼 정신적으로 안정을 되찾고 있으며 현재는 정신치료약을 먹지 않고도 견딜 정도다. 사랑에 목마른 이 학생의 얼굴에 미소가 있는 날은 더불어 필자의 마음까지 밝아진다.

이런 경우도 있다. 조모와 부친 그리고 학생이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데, 얼마 전 이 학생이 ‘루프스’라는 희귀 피부병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자가 면역을 훼손하는 이 병은 현재까지 치료약이 없다고 한다. 학생은 휴학이나 자퇴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병을 친구로 평생 살아가야 하는데 대학을 그만두면 안 된다’는 강력한 조언에 뜻을 바꾸어 현재 열심히 학교에 다니고 있다. 복도에서 만나면 그 학생의 건강부터 걱정해야 하는 것이 마음 아픈 현실이지만 우리는 미소로써 그 학생의 건강을 축하하곤 한다. 이럴 때 이혼한 모친이 곁에 있었으면 딸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드는 게 사실이다. 결손 가정에서 자라나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의 마음을 누가 위로해 줄 것인가.

<윤주은 울산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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