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회-8. 사비성에 뜬 달(6)
87회-8. 사비성에 뜬 달(6)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0.0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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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성을 둘러싼 산에 잎이 진 나무들은 알몸을 드러냈다. 산야의 나무들의 속살을 훑으며 몰아쳐온 초겨울 바람은 정전의 문풍지에 와서 소리를 냈다. 동짓달 초삼일, 진수라니왕은 아침 일찍 정전에 나가 있었다. 스산한 바람소리에 마음도 스산하였다.

남부여에서 온 사신이 서계를 들고 왔다. 사비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다국 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첫 번째 사비회의(541년)가 있은 지 3년 7개월 만에 열리는 회의였다. 이번 회의를 열기까지 벌어졌던 일련의 남부여(백제)와 신라, 그리고 가야 연맹 사이의 일들이 진수라니의 머리에 어지럽게 떠올랐다.

1차 사비회의는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고 3년 뒤 11월에 왜국에서 온 사신들은 아라국에 있는 왜신관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들은 남부여가 뺏은 아라국의 군령과 성주를 왜신관에 귀속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자 불만이 쌓인 남부여는 이 모든 요구를 거절하고 왜신관 관리들 중 친 아라국적 인물인 가후치노아타히, 아나사, 마도 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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