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회-4. 모반과 추억(12)
48회-4. 모반과 추억(12)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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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탈당한 철정을 도로 찾아서 도둑의 무리를 끌고 왔다는 보고를 받은 진수라니 한기는 야철지로 나갔다. 한기가 추측했던 대로 도적의 무리 중에 한 놈이 이곳의 고로 기술자였던 마지능이란 자였다.

“함께 약탈을 했던 나머지 무리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진수라니 한기가 직접 마지능을 심문했다

“탁순국 불모산 입구까지 철정을 가져가서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왜국 사람들에게 넘기고 다른 곳으로 갔사옵니다.”

마지능은 고개를 꺾고 대답했다.

“다른 곳이란 곳이 어디냐?”

“그들은 훔친 철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넘기고 다른 곳으로 옮겨 다니기 때문에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이미 죄를 짓고 왜국으로 끌려갔다는 네놈이 어떻게 왜인들과 다시 대역죄를 공모하게 되었는가?”

진수라니의 말에 노기가 묻어났다.

“왜국에선 가야의 발달한 철의 기술을 익히려고 야단이옵니다. 바다에 맞닿아 있는 왜국의 곳곳에는 이곳 임나(任那)(가야)와 남부여(백제)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수많은 마을을 이루고 있사옵니다. 그곳의 철을 다루는 기술자들은 모두가 이곳 임나와 남부여에서 건너간 사람들이옵니다.”

“네놈도 이곳에서 건너간 그 자들과 관련이 있단 그 말인가?”

“남부여에서 왜국으로 건너가 철을 교역하는 사람의 말을 듣고 다시 나오게 되었사옵니다.”

마지능은 순순히 문초에 응했다.

“네놈이 누구의 말을 들고 죄를 저질렀던 네놈의 죄는 용서될 수가 없다. 나라를 배신한 자의 말로가 어떻게 된다는 것쯤은 네놈도 알고 있지 않느냐?”

“죽어 마땅하옵니다.”

마지능은 체념한 표정이었다.

“그래, 죽어도 백번은 죽어야 마땅하다. 저 펄펄 끓는 쇳물 속에서 황천으로 가면서 다시는 네놈과 같이 나라를 배반하는 놈이 없기를 빌어라.”

진수라니의 말은 준열했다.

“전하!”

마지능의 외침이 비명처럼 허공을 갈랐다.

“감히 이 나라의 철을 훔치려한 이 왜인 놈들은 지금 당장 죽여도 백번은 죽여야 하겠지만, 아라국(함안가야)을 통해 그 자초지종을 더 알아보고 죽여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이 왜인 놈들은 쇠사슬로 손발을 묶어 옥에 넣어 처형을 기다리게 하고 나라를 배신하고 철을 훔치려 한 이놈은 이 자리에서 당장 처형하라. 어느 누구든 이 나라의 철을 훔쳐가려한 놈의 말로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를 이 왜인 놈들에게도 보여 주어라.”

진수라니 한기의 말이 칼날처럼 허공을 찔렀다. 이미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마지능은 고로 앞에 끌려가서는 몇 번이나 발버둥을 쳤다. 죽음 앞에서 본능적인 행동인 것 같았다. 진수라니가 용봉문 환두대도를 쳐들어서 신호를 보내자 병졸들이 그의 몸을 들어 고로 안으로 던져 넣었다. 외마디 비명소리가 허공에 날렸다. 그리고 만물은 고요해졌다. 군병들과 그곳의 작업자들은 숨을 죽인 채 고로를 바라볼 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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