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품격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0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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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품이 반듯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넉넉함을 갖춘 사람을 흔히들 ‘품격’이 있다고 한다. 근래 접하고 있는 뉴스거리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기상천외한 사건과 사고들로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미담이나 사회적 본보기로 감동이 더해지는 소식은 가뭄에 단비를 만나는 것처럼 반갑다.

얼마 전 가까운 문우들이 만나는 날. 일찌감치 참석하겠다는 그분은 약속시각보다 한참이나 늦었다. 미안하다며 늦은 사유를 설명하는 그분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낯선 번호로 걸려온 유선 너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한다.

‘저…선생님의 차를 그만 긁게 되었습니다’ 순간 고가의 차 수리비를 생각하니 ‘재수 없는 날이구나’ 여겨졌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주차해 둔 곳으로 갔더니 남루한 차림새의 부부가 다소곳이 서 있었다. 이미 긁혀진 차량을 수리해야 할 수밖에 없고 ‘보험은 들었느냐?’는 물음에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가해자는 하루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빠듯한 생활에 보험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고 했다. 그들이 타고 온 낡은 트럭의 벗겨진 페인트가 지는 햇살에 희부스럼하게 드러나고 부부의 땀에 전 작업복에는 그들의 팍팍한 삶이 여실히 드러나 보였다. 초점을 잃은 부부의 눈빛에서 애잔한 연민이 느껴졌다. 순간 ‘베풂의 기회’라 여겨졌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구절을 굳이 빌리자면 바로 이런 이웃이라 싶었다. 그들의 어깨를 토닥이며 ‘살아가면서 오늘과 비슷한 일이 생기면 잊지 말고 선의를 베풀어 달라’며 기해자를 그냥 돌려보냈다. 잘못을 배상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그들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얼굴 붉힐 일이 닥칠 때마다 무엇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 분의 말씀을 귀하게 떠올리지 않을까.

‘오늘은 재수 없는 날’이라며 반어법으로 농을 하신 그분의 훈훈한 이야기는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일전 이와 유사한 고급 외제 차에 얽힌 훈훈한 사연이 SNS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었던 적이 있다. 골목에 주차한 고급 외제 차를 할머니대신 손수레를 밀고 오르막을 오르던 7살 아이가 낸 사고였다. 할머니와 아이는 울상이 돼 쩔쩔매고 있는데, 젊은 차주 부부는 그들에게 ‘길가 주차한 자기 잘못’이라며 오히려 통행에 불편을 준 것에 사과했다고 했다. 미담이 SNS를 통해 급속히 알려지자 주변은 모처럼 아름다운 소식에 ‘품격있는 사람’ 이야기로 훈훈했다. 선행은 선행을 낳고, 사랑은 사랑을 낳게 되는 아름다운 이야기여서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장인의 혼을 담아 만든 물건을 ‘명품’이라 한다면 자신의 따뜻한 본성을 이끌어내 남을 배려하고 선행을 한다면 그는 사람됨이 올바른 ‘품격 있는 사람’이 아닐까. 외제 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형편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씁쓸하다.

그날, 모임에 늦어진 이유를 설명하다가 밝힐 수밖에 없었던 사연에 모두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내 욕심만 채우기 위해 약자에 대한 배려에 인색하진 않았는지 뒤돌아보게 된다. 겸양지덕(謙讓之德)을 두루 갖춘 그분의 ‘오늘과 비슷한 일이 생기면 잊지 말고 선의를 베풀어 달라’는 주문의 말씀이 내내 뇌리에서 맴돈다.

1만 사람의 말은 비석이 되고, 1만 사람의 칭찬은 송덕비가 된다고 했다. ‘품격’있는 그분의 사랑은 각박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 그런다면 더욱 남을 위한 배려와 따뜻한 품성이 널리 퍼진 아름다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이정희 시의회 입법정책 담당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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