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회-4. 모반과 추억(3)
39회-4. 모반과 추억(3)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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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반란군에 막히지 않고 와 준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진수라니 한기는 멀리 황우성이 자리 잡고 있는 황우산을 바라보았다.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일각이 천형 같았다. 초조한 마음으로 얼마를 기다렸을까. 병력들 사이에서 약간의 동요가 있었다. 진수라니가 고개를 돌렸을 때 성곽 왼쪽에서 한 무리의 병력이 달려오고 있었다. 황우산성의 병력이었다.

황우산성의 병력은 궁성을 포위하고 있는 반란군의 주변을 둘러싸고 포진했다. 궁성을 포위한 반란군을 황우산성의 병력이 다시 포위한 것이었다. 서로 상황을 더 숙지하고 전략이 필요했기 때문에 양 병력은 바로 백병전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양 병력은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양 병력 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제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빨리 궁성의 문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에선지 반란군 길마루지 장군은 다시 성문 앞으로 와서 성문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그는 뒤를 돌아보며 소리를 질렀다.

“이제 성문을 파괴하고 안으로 진입하라.”

그의 명이 떨어지자 병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진수라니 한기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한기가 신호를 보내자 능치기말의 손끝에서 화살이 날았다.

“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길마루지가 말에서 떨어졌다. 능치기말의 화살이 날아가서 길마루지 얼굴 중앙에 깊숙이 박혔다. 그가 말에서 떨어지는 순간 능치기말의 손에서 또 하나의 화살이 날았다. 이번엔 놀라서 앞발을 쳐들며 울음소리를 내고 있는 말의 왼쪽 눈에 화살이 박혔다. 철로 만든 마구와 마갑으로 완전 무장을 하였지만 말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길마루지의 부관이 쓰러진 길마루지에게 달려가서 일으켜 세웠으나 그의 몸은 이미 축 처져 있었다.

놀란 병사들이 우왕좌왕하자 말을 탄 채 후방에서 지휘하고 있던 필모구라 하한기가 말을 몰아 앞으로 나왔다. 필모구라 하한기는 길마루지가 쓰러진 모습이 믿어지지 않는 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곧 표정을 바꾸어 병사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겁내지 마라, 겁을 내어 뒤로 물러서는 자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필모구라가 칼을 뽑아 높이 쳐들었다. 그의 눈에 살기가 번쩍였다. 죽음을 목격한 자의 눈에서 번져 나오는 살기였다.

“어서 궁성문을 부숴라.”

필모구라가 병사들을 향해 다그쳤다.

“이제 저놈의 차례다.”

진수라니는 능치기말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자는 완전히 숨통을 끊지는 말고 반쯤만 죽여 놓아라. 그것이 저자에게 더 고통스러울지 모른다.”

“알겠사옵니다.”

필모구라가 병사들 앞을 한번 삥 돌아서 다시 말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순간 능치기말이 시위를 당겼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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