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것은 아름답다
둥근 것은 아름답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6.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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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이 16강 토너먼트전이 시작되면서 승리를 향한 열망이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군다. 우리나라가 조별리그전에서 탈락하면서 예전만큼의 뜨거운 열기와 함성은 없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축구의 향연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월드컵 축구는 황금 발을 가진 열한명의 축구천재들이 나라의 명예를 건 대결로, 단일종목으로는 지구촌 축제의 으뜸으로 꼽고 있다. 더군다나 월드컵은 ‘공은 둥글다’는 속설 때문인지 막상 뚜껑을 열면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이변이 속출한다.

우승후보국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기도 하고 뜻밖의 나라가 조 1위를 하는, 그래서 월드컵은 각본 없는 반전과 흥분의 도가니를 연출한다. 절대강자나 절대 약자가 없던 조별리그전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는 끝나지 않은 것이다’는 어록과 함께 명장면이 펼쳐졌다. 인저리 타임, 즉 추가 시간에 16강 운명을 가르는 골이 많이 터져서 보는 이들의 재미를 더해줬다. 월드컵은 마치 죽기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야하는 인간 삶의 축소판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번 월드컵에서 더 이상 우리선수들의 뛰는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승패만으로 지구촌 축제를 그르칠 수는 없는 노릇, 이길 수 없다면 그들처럼 즐겨야 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에게 질책보다는 격려의 묘약을 줘할 때다.

브라질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에서 월드컵을 치른다고 한다. 브라질 국민의 61%가 월드컵은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반으로 접어든 월드컵은 별다른 불상사 없이 매 경기마다 골 러시를 터뜨리며 성공적인 잔치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개인과 나라가 힘들어도 행복의 척도가 꼭 돈이 아님을 월드컵이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경기장마다 꽉 들어찬 관중석은 축구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사랑이 어떠한지를 여실히 증명해준다. 심판들의 편파판정이 속출하고 선수들의 거친 몸싸움으로 경고나 퇴장이 비일비재하지만 모든 것은 자국의 승리를 향한 아름다운 몸짓임을 인정할 수밖에.

원과 구(球)는 수학의 개념으로 말하면 둥근 선의 연속이다. 둥글어서 모서리가 없다. 때문에 모가 나지 않고 막힘이 없다.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예측불허, 둥근 공의 매력 때문에 관중들은 공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열광하고 흥분한다. 넓은 그라운드에서 공을 몰고 오직 골대를 향해 달려가는 그 단순한 룰에 지금 지구촌이 들썩거린다.

월드컵은 세계를 축제로 물들게 하지만 때론 총성을 멈추게도 한다. 둥근 것은 평화와 화합을 상징한다. 올림픽의 오륜기도 세계는 하나임을 말해준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코트디부아르 선수 드록바의 일화가 유명하다. 2005년 월드컵 예선전 코트디부아르가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승리를 거둔 후 드록바는 생중계 인터뷰를 통해 무릎을 꿇고 “일주일만 전쟁을 멈추자”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거짓말같이 동족끼리 총구를 겨누었던 내전이 드록바의 인터뷰로 인해 월드컵 기간 동안 잠시 멈추었다. 드록바는 다섯살 때까지만 코트디부와르에서 살았고 실제로는 프랑스인이나 다름없는 것을.

이처럼 축구는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경기다. 선수들의 현란한 발재간으로 초록 그라운드를 누비는 브라주카(월드컵 공인구)공은 짧은 여름밤 잠을 설치거나 새벽 길거리응원을 하게 만들고, 우리와 세계인을 둥근 선으로 엮는 아름다움이 숨어있음이니.

<박종임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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