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보은’
동물과 ‘보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4.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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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어렸을 때 이야기다. 대구 중심가에서 좀 떨어진 변두리 시골. 큰 대문이 있는 널찍한 기와집에 살았다. 동시에 운좋게도 회사와 담벼락 하나 걸쳐있는 시내 중심지 사택에도 있었다. 쉽게 말해서 반은 도시, 반은 시골에서 생활을 한 셈이다.

변두리 시골집 대문간 밖은 시금치밭과 배추밭, 들깨밭 등 유기농 채소가 천지였다. 그 밭 한가운데에는 벌, 나비, 왕잠자리, 메뚜기, 개구리, 사마귀 등 생물이라는 생물은 다 살고 있는 천국이었다.

밭두렁에 살포시 앉아있는 잠자리를 잡으려 숨죽이며 조심조심 가까이 다가가면, 그놈은 머리를 갸우뚱 거리며 비웃듯 절대 도망가지 않는다. 네가 이기냐 내가 이기냐 해보자는 거다. 곤충 잡는 일등포수였기에 결국 꼬마의 승리로 끝나버리고 만다.

일본에서 사랑받는 반려동물이 있다면 고양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영물로 취급돼 별로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다. 반면에 개는 한일 양국 모두 환영받는 동물로 내세운다.

몇년 전 동경의 어느 주택가를 걷고 있던 중, 조그마한 놀이터에 개들의 모임을 마주한 적이 있다. 애견을 위한 모임이랄까 이날따라 강아지를 어떻게 관리하면 좋은지 애견 전문강사가 직접 교육하는 모임이다. 애견을 키우는 주인이 귀여운 개들과 함께 진지하게 설명을 듣고 있는 광경을 보니 뭔가 진귀하게 보였다.

너무나 주인을 잘 따르는 개, 왜 그렇게 길들여 있을까 생각하면 이유는 간단하다. 먹을 것을 잘 준다는 것…. 고양이라는 놈은, 먹이를 주는 주인에게 물거나 앙칼지게 덤빌 때도 있다. 그러나 개는 주인을 물거나 덤벼드는 일은 없다. 주인에게 먹이를 받아먹으니 절대 충성해야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혹자는 개는 치사한 놈이라 해 그와 같은 사람을 개새끼로 비하하기도 한다.

90여년 전 동경대 농학부의 ‘우에노’ 라는 교수에게 그야말로 충견 중에 충견 한 마리가 있었다. 이 개는 평상시 주인이 출퇴근하는 시부야역까지 늘 뒤따르고 있었다.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늘 배웅하고 마중하는 일을 했다.

주인은 어느 날 근무 중 급사하게 되는데, 유품이 집으로 배달되자 주인의 냄새인 것을 알고 3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그것을 지켰다. 그것도 모르는 충견은 늘상 하는 대로 주인을 10년이나 역에서 기다리다 결국 죽었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은 매우 감동해 시부야역에 조그마한 개 동상을 세워주웠다.

수달이라는 족제비과에 속하는 동물은 보은(報恩) 잘하기로 유명한 놈이다. 수달과 달리 산에 사는 산달이라는 놈도 있다. 이놈은 암놈이 거의 없고 수놈만 있다. 양기가 얼마나 좋은지 산속에 이놈만 나타나면, 산에 있는 온갖 암컷 짐승들은 죄다 피신해 버린다.

무엇보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수달 이야기는 매우 감동적이다. 수달 열 마리로 생계를 유지했다는 당나라 ‘호북’ 할아버지 이야기가 있다. 할아버지가 강가에서 손뼉만 치면, 수달이라는 놈은 즉시 잉어를 잡아와 강아지처럼 할아버지에게 응석부리며 건네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조의 한 효자는 잉어를 먹고 싶다는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열심히 기도했더니 수달 한마리가 잉어를 잡아 놓고 갔다는 효성 지극한 이야기도 있다.

우리 인간들은 여러 동물들로부터 깨달을 것이 많다. 조금 있으면 가정의 달이고 ‘보은의 계절’ 이기도 하다.

효의 마음이 밑바닥까지 떨어져 있는 세상, 자주 효도는 못할지언정 부모에게 조그마한 보은의 마음을 한번 가져 보자.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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