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부족한 일손 채우고 외국인근로자에 ‘안심 일자리’
‘똑똑한 고용법’ 원한다
중기 부족한 일손 채우고 외국인근로자에 ‘안심 일자리’
‘똑똑한 고용법’ 원한다
  • 정인준 기자
  • 승인 2014.03.02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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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태광공업
 

“산업현장에서 근로하는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대사면이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인은 떳떳하게 이들을 고용할 기회를 주고, 불법체류 근로자들은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현행 법으로는 견실한 기업인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이 중소기업을 위한 것입니까? 현실이 반영되지 못한 제도가 제대로된 법입니까?”

지난달 24일 ‘으뜸기업을 찾아서’ 취재를 위해 태광산업 손영태(69·사진) 회장을 만났다. 손 회장은 첫 마디로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대사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으뜸기업을 찾아서’란 기획이 “강소기업을 찾아 소개해 일자리 미스매치에 대한 청년들의 의식을 개선하고자 한다”는 말을 듣자 “이 문제부터 짚자”며 열변을 토했다. 쓴소리 잘 하기로 유명한 손 회장의 절실한 외침으로 들렸다.

손 회장은 현대차노조가 장기파업을 할 때마다 “협력사를 다 죽일셈이냐”며 파업철회를 촉구해 왔다. 2000년대초에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현대차노조 중 일부 400~500명은 빨갱이”란 소리를 했다. 이 내용이 “현대차노조 4만5천명이 빨갱이”로 잘못 와전돼 현대차노조로부터 “밤길 조심하란” 소리를 듣기도 했다.

또 지난 2007년 현대차노조의 FTA반대 투쟁 땐 경주지역 협력사 대표로 울산시청에서 “파업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차노조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대차노조에 미운털이 박혀 기업활동이 위축될법도 하지만 손 회장의 주장은 타당했고 사회적 지지를 얻었다. 손 회장은 “하늘에 우러러 떳떳함을 가지고 기업활동을 하는데 걱정할 게 뭐있느냐”며 “20년간 현대차 협력사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이와 같다”고 말했다.

이런 손 회장이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대사면을 정부에 요구했다. 단, 산업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란 단서가 붙었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취지를 살리며, 구인난에 허덕이는 기업체에 숨통을 튀워 주자는 것이다.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현실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사면문제는 현실적 대안이란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대한민국 중소기업은 망합니다. 누가 불법인줄 몰라서 불법체류자를 채용합니까? 내국인은 멀리 있고 외국인은 가까이 있습니다. 일할 사람이 없으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데, 이러한 실정이 견실한 기업인을 범죄자로 내모는 것이죠”

손 회장이 말하는 제도란 외국인고용허가제를 말한다. 중소기업이 외국인을 고용하는 것은 산업연수생제도와 외국인고용허가제도가 있다. 이 두 제도는 모두 중소기업에게 부족한 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제도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청년 일자리 보호문제 등에 걸려 한시적 일자리 공급으로 불법 체류자를 양산하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산업연수생은 취업훈련 1년후 취업 2년 등 3년으로 운영되고 있다. 외국인 고용은 산업연수생처럼 3년간 고용할 수 있지만, 기간이 끝나면 1년10월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이는 총 4년10개월을 고용할 수 있는셈인데, 고용기간이 끝난 외국인 근로자는 출국하지 않고 법망을 피해 불법체류자로 남아 재고용되는 실정이 비일비재하다.

“캄보디아의 경우 자국에서 일하면 월 10만원을 버는데 한국에서 일하면 월 200만원을 벌어요. 그러니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이죠. 이들을 또 기업이 재고용합니다. 일할 사람이 없으니 할 수 없죠. 이러한 악순환이 되느니 차라리 이들을 사면하고, 제도를 정비해 근본적인 탈법을 막자는 겁니다”

손 회장에 따르면 경주지역에 1만여명의 불법체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10만여명이다. 이들을 제도권에서 신분을 회복시켜 기업에게는 안정적인 근로자를 공급하고, 더 나아가 불법체류자로 국가간에 불거진 외교문제도 해결하자는 것이다.

태광공업에는 전체 190여명의 근로자 중 5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젠 한 명도 없지만)나도 예전엔 불법체류 근로자를 고용해 벌금도 내봤다”며 “정부가 현장의 심각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에게 외국인 고용문제처럼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는 당면과제다. 그래서 손 회장은 지난해 경주지역 5개 고등학교와 산학협력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기술습득을 지원해 학생들이 졸업하면 우선 구인하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서라벌대학·중소기업진흥공단 울산지역본부와 함께 태광공업에 야간대학을 개설하는 과정을 협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는 태광공업 뿐만 아니라 인근의 중소기업 청년근로자들이 입학해 대학 3학년에 편입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가 구축되면 중소기업에서 야간대학을 운영하는 전국 첫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취지는 지난 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2년에 들어가며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업과 학업을 성취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손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계획과 같은 정책을 제시했다.

손 회장은 태광공업 야간대학에 대해 “한 10년만 더 일찍 이를 추진했더라면 경영외적으로 사회에 무언가 남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임직원 모두가 행복한 기업, 사회에 유익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남은 열정을 쏟겠다”고 밝혔다.

▲ 태광공업 김진호(총무과) 부장이 본사 로비에 설치된 쇼륨에서 생산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 매출 1천억 목표, 램프사업이 미래 밝힌다

“우리만의 기술이 성장 발판”

“회사 내에 자동차가 들어오면 우선 리어램프부터 봅니다. 직업병(?)이라고 할까요?”

경북 경주시 외동읍 모화산업단지에 위치한 태광공업 손동식(총무부) 이사의 말이다.

손 이사의 말처럼 도로 위에서 달리고 있는 현대자동차 뒷모습을 보면서 태광공업을 생각하면 된다. 브레이크등이 장착된 리어램프를 태광공업이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태광공업은 리어램프와 안개등 모듈생산을 주력사업부문으로 하고, 도어트림 내장품을 생산하는 전문기업이다. 리어램프와 안개등은 현대모비스에 납품되고, 도어트림 내장품은 한일이화, LG하우시스, 후성 등이 클라이언트다.

리어램프와 안개등 모듈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기 쉽다. 자동차 브래이크등이나 안개등이 손상되면 이를 떼어내고 새로운 램프로 갈아끼울 수 있도록 일체화 한 것이다.

태광공업은 싼타페, 아반떼, 액센트, 제네시스, 스타렉스, 베르나, 1t 포터, NF쏘나타, 투싼(이상 현대), 쏘렌토, 오피러스, 옵티마, 봉고(이상 기아), 크라이슬러(미국), 스바루(일본) 등의 리어램프와 안개등을 만든다.

도어트림 내장품이란 자동차 문에 부착되는 손잡이나 담배 받침대 등을 말한다. 이러한 부품은 사출로 만들어 지는 데 태광공업은 비교적 큰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사출 전문기업이다.

태광공업은 지난해 약 500억원을 투자해 경주 모화일반산업단지에 신규공장을 건설하고 본사를 옮겼다. 1993년 12월, 본사인근인 경주 구어리에 회사를 설립한 지 20년만이다. 현대차의 글로벌 시장 확대와 함께 태광공업도 함께 성장했고, 태광공업은 성장 한계점에서 본사를 옮기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태광공업의 지난해 매출은 약 49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3월 결산법인이기 때문에 정확한 매출액을 밝힐 수 없지만 이정도 예상하고 있다. 태광산업의 매출은 2009년 164억원으로 100억원을 돌파하며 고속성장 하고 있다. 2012년기준 매출은 399억원. 2009년 대비 143%가 성장한 것이다.

특히 램프사업부 성장이 눈부시다. 램프사업부는 2009년 52억원, 2012년 165억원에 달할 정도로 4년만에 217% 성장했다. 같은 기간 사출사업부는 80억원에서 153억원으로 91% 성장했다.

램프사업부가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태광산업이 자체 개발한 ‘진공정착기’ 영향이 크다. 후진기어의 경우 램프 안은 불의 반사를 위해 사출품 위에 반짝이는 소재로 코팅을 하는 데, 이 공정을 태광공업은 밴처기업과 공동으로 자동화에 성공했다. 즉, 예전엔 손으로 코팅작업을 해 시간소요가 많고 불량률이 높았다면, 이 공정을 자동화함으로써 생산성 향상과 불량률을 현저히 줄인 것이다. 이 ‘진공정착기’는 태광공업이 디자인권을 확보한 것으로 기술개발의 개가다. 품질향상에 따른 매출향상이 뒤따라오는 것은 당연하다.

손동식 이사는 “우리 같은 작은 규모의 중소기업은 기술로 먹고 살아야 한다”며 “올해 연구소를 신규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 이사에 따르면 태광공업은 2016년 매출 1천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클라이언트 다변화와 함께 현대차의 신규차종 개발에 따른 매출확대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현재 모화산단 본사에서는 신규라인 증설이 한창이다.

*우리회사 어때요?

“내·외국인 차별없어 즐거운 회사생활”

 

소박한 코리안드림을 다시 찾은 태광공업 품질검사부 조세빈(42·사진)씨. 그는 90년대 중반 필리핀 결혼이주여성으로 크리안드림을 쫓아 한국에 왔다. 하지만 그녀의 꿈은 정신지체장애 남편과 함께 가난한 생활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랬던 그녀를 다시 일으켜 준 게 태광공업이다.

조씨의 본명은 조세핀이다. 필리핀에서는 수의학을 전공한 인텔리 여성이었다. 코리안드림을 쫓아 한국남성과 결혼했다. 한국에 온 조씨는 시부모를 모시며 생활고에 시달렸다. 조씨에게 삶의 희망이 찾아온 것은 태광공업이 그의 딱한 사정을 알고 2000년에 입사를 시켜 호구지책을 마련해 줬다. 이후 조씨는 2001년 임신으로 퇴사한 후 다른 기업에 잠시 머물다 다시 2004년 재입사했다. 성실성이 남달랐던 조씨는 여러 생산라인을 거쳐 2010년 제품의 최종 출하부서인 품질검사팀 조장을 맡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조씨는 12살난 딸을 둔 엄마다.

조씨는 “지금은 다른 생각없이 하루하루 즐겁게 일하고 있다”며 “자칫 삶이 흐트러질 수 있었지만 태광공업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다른 곳에서 일을 해봤지만 내·외국인 차별없이 대해주는 곳은 태광공업이 유일했다”며 “힘닿는 한 평생직장으로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조씨는 다른 외국인 근로자의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국생활의 여러 어려움들을 이야기 하다보면 어느새 한 가족처럼 동화된다고 했다. 조씨는 “그동안을 돌이켜 보면 일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았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을 볼 때 피부색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대해달라”고 말했다.

글·사진=정인준·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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