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애보’
‘순애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1.1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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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의 비극을 겪은 지 올해로 65년째 되는 해다. 이젠 절대로 ‘전쟁’은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생긴 팝송 하나가 문득 생각난다. 금세기 가장 많이 애청되는 팝송가수를 꼽으라면 미국의 ‘페티 페이지’일 것이다. 우리나라에 3번이나 내한공연을 한 그녀는, 작년 새해 벽두 이맘 때 85세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났다. 주옥같은 팝송 가운데 눈에 띄는 노래 ‘난 당신 결혼식에 갔지요’(I went to your wedding)가 있다. 1952년 히트곡으로 빌보드 차트에 5주 연속 톱을 차지한 애절하고 잔잔한 음악이다. 노래 가사가 너무나 애절하기에 살펴보니 정말 실화가 아니던가?

1950년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한 미군 용사가 전쟁이 끝난 후 고국에 돌아가 보니 사랑하는 자기 애인이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는 가사다. 내용인즉, 전쟁 통에 한 병사가 행방불명이 됐다. 그리하여 그 가족과 애인은 돌아오지 않는 그를 장례까지 치렀고 결국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 기가 막히게도 고국으로 살아서 돌아온 그 병사는 애인의 결혼식장에 갑자기 나타나 그 장면을 보는 것이다.

난 당신 결혼식에 갔지요 /당신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지요 /오르간이 연주되고 있었어요 /… 중략 …/당신의 엄마가 울었고 /당신의 아빠도 울었어요 /그리고 나도 울고 말았지요(‘I went to your wedding’ 가사 중에서)

한국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 앞의 이야기와는 다소 다르지만 지난해 말경 미국 LA방송이 전한 미군 포로에 관한 이야기다. 94세 아내 ‘노클래라’는 거무스레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아직 건강하게 보인다. 비행기 트랩에서 내려오는 남편의 유해를 유심히 보고는 기가 막혀 말을 하지 못한다. 비록 성조기에 감싸여 있는 모습에 애국심을 느끼기는 하지만 지나간 긴 세월을 생각하면 ‘이 세상’을 무엇이라고 생각했겠는가! 즉, 한국전쟁 당시 1950년, 포로로 잡혀 이듬해 포로수용소에서 사망한 남편의 유해가 장장 63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그들의 사랑은, 실은 1946년 텍사스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오는 가차 안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2년 후 결혼을 하고 몇 년 되지 않은 행복한 생활마저 잠깐, 곧바로 전장으로 투입된다. 이 젊은 남편은 전장으로 떠나면서 말하기를 “전쟁터에 나가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재혼해요”라고. 그 말에 아내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63년이 흘러 공항에 마중 나온 아내는 이야기한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남편의 유해라도 봐 너무나 기뻐요. 이제야 편히 눈을 감게 됐어요….”세상에 이런 ‘순애보’가 또 어디 있을까? 비록 바다 건너 미국 땅이지만 한국식 그녀의 수절에 너무나 감동스러울 따름이다.

영국의 세계적 문호 셰익스피어. 그의 희곡‘로미오와 줄리엣’(1597)을 영화화한 적이 있다. 원수 사이인 이탈리아 베로나의 명문 몬터규가(家)의 아들 ‘로미오’와, 캐플렛가(家)의 딸 ‘줄리엣’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모든 시대를 통틀어‘가장 유명한 사랑의 짝’이 돼 버린 두 사람. 모두가 그들의 이름을 알고, 그들의 사랑이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도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다. 양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하는데 어쩌면 그들의 사랑은 가족과 법보다도 더 강력하고, 그 사랑은 결국 죽음보다도 더 강력하지 않은가?

1968년 이 영화의 주인공을 뽑기 위해 500명의 오디션에서 선발된 17살의 여주인공 ‘올리비아 핫세’. 몸의 아름다움도 놀랍지만 그녀의 초록색 눈동자야말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수많은 청혼을 거절한 그녀는 결혼 후 다음과 같은 명언을 한다. “나의 남편은 나를 이해해줄 줄 알고 존중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라는 것이다.

결론지으면,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다. 이와 같은 고전적인 순애보까지는 아니더라도 ‘진정하고 숭고한 결혼’의 자세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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