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사랑 / 안창남 -눈만 뜨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오직 당신만을 위한 맞춤형안경 같은그런 사랑 하고 싶다안창남 시인의 디카시 《그런 사랑》을 감상합니다.당신만을 위한 안경 같은 맞춤형 사랑을 하고 싶다고 시인은 말합니다.2021년 신축년 흰 소띠해가 시작된 지도 열흘이 지났습니다. 모두 새로운 계획들을 세우고 실천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새해 계획을 세우면서 작년에 못다 한 일들을 두고 후회한 적도 물론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던 후회도 어느 시간이 흘러다 보면 똑같은 후회를 또

달팽이 / 최일형서두르자해 지기 전에우주를 건너려면식당 탁자 한 귀퉁이 위에 해거름에 그림자 길게 늘어진 달팽이가 우주를 건너려고 분주합니다. 민달팽이는 아닌 것 같고 뚜껑을 열어보면 깨소금이 가득할 것 같은 집을 등에 지고 거북이 같기도 한 달팽이의 하트모양 머리가 한들거립니다.살고 있던 집 주인이 집을 팔려고 내어놔서 이사 갈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작가의 눈에는 저 달팽이는 집이 있어 부럽고 여유롭게 보였을지 모르겠습니다. 올해처럼 집 구하기 힘들고 전세 대란이 심한 적이 있었는지, 집 없는 사람은 너무 오른 집값 때문에 상실감

잠재적 실업자들 / 최일형햇살은 눈부신데일거리가 없다감상=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전세계 사람들의 이동이 멈춤으로써 세계 경제 또한 멈추었다.이동이 제한되니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다. 소비가 줄어들면서 공장이 멈추고 일거리가 없어져 국가의 기반인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국가에서는 이러한 경제의 동맥경화 현상을 풀어보려고 많은 돈을 풀어보지만 이도 마땅치 않다.돈이 돌아야 하는데 이 돈이 돌지 않고 부동산, 주식 등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숫자만 상승시키는 현실과 괴리된 현상을 만들고 있다.예로부터 재난이 발생하면 특히 서민들에게 가장

숟가락 경전 / 박주영 삶에도 선택의 기회는 온다어느 것을 잡을지는각자의 몫이다박주영 시인의 디카시 《숟가락의 경전》을 감상합니다.숟가락에 담긴 세 가지 음식을 보는 순간 어떤 것을 먹을까 고민하며 선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셋 중에 가장 입맛에 맞는 것이 어느 것일까 잠시잠깐 머리속에서 갈등을 일으킵니다.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더니 그때 그 순간도 못참고 선택을 하니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얼마 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존경하던 어느 스님이 떠오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많은 사람들이 그분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을

헛손질 / 박종대 이글거리는 태양짧은 팔 뻗어 보지만멀어지는 여름메마른 계절의 아우성 때문인지 더욱더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가던 가을 들녘도 이제 막바지 몇 남지 않은 이파리 부여잡고 흔들며 겨울에 바통을 넘기려 합니다.박종대 님의 디카시 헛손질에는 여름과 가을의 길목에서 그물 위에 사마귀가 팔을 뻗어 혈기 왕성하던 계절을 잡아보려 하지만 잡지 못하고 있지요. 그렇게 나 또한 아직 가을 맞은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데 겨울 초입인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았습니다.떨어져 뒹구는 낙엽이야 내년 봄이면 다시 나무를 푸르게 하겠지만, 한번

-훈련병 끝 / 정혜경 맵다고 소문난 귀신 잡는 해병뙤약볕 아래 여물었으니자대배치 어디든 겁나지 않아 출하를 앞둔 양파 망에 가득 든 양파가 일렬로 줄지어 서 있다.꼭 해병대 훈련소의 오와 열을 맞춘 훈련병처럼 군기가 바짝 든 인상을 받는다.양파는 예로부터 맵지만 몸에 좋은 음식으로 요리의 부재료로 자주 사용되어 온 건강음식이다.양파의 퀘르세틴 성분은 혈액의 콜레스테롤을 녹여 고혈압, 당뇨에 좋은 음식으로 많이 알고 있다. 그리고 요즘은 항암 재료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중국 음식에는 양파가 아주 많이 이용되고 있는데

-그림자/송경숙-밀려드는 외로움에발밑을 보았다나와 똑같은 모습의네가 있었다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다디카시 송경숙 시인의 《그림자》를 감상합니다.왜가리 한마리가 밀려드는 외로움에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는지 한참 동안이나 호수를 바라다봅니다.요즘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 송경숙 시인의 시심에 젖어 봅니다.오늘 뉴스에는 81일 만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300명대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확산세가 점차 거세지면서 거리두기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합니다. 확산세 차단이 쉽지 않을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조금씩 벗어나나 싶었는데 또 다시 원점

-연기처럼 / 박해경-인생은내가 지피는 불꽃처럼타 오른다 싶어도어느 순간 연기처럼사라지는 것 해거름 무쇠 가마솥은 아니지만, 소죽이나 개밥을 끓이며 연기 가득한 곳을 지키고 앉아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고향집에서 구부정한 몸으로 소죽을 끓이시던 저희 아버지 모습과 오버랩 되어 가슴 찡하게 만드는 사진입니다.뜨거운 불꽃으로 타오르다 연기처럼 사라져버리는 우리의 인생을 장황하게 언술하지 않아도 명료하게 짚어주는 짧은 시로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을 헛되게 소비하지 말아라!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뜨거웠던 흔적도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다

주마등 / 최해숙돌아보니생의 반은큰고 작은실패였다주마등의 사전적 의미는 등(燈)의 하나로 등 한가운데에 가는 대오리를 세우고 대 끝에 두꺼운 종이로 만든 바퀴를 붙이고 종이로 만든 네 개의 말 형상을 달아서 촛불로 데워진 공기의 힘으로 종이 바퀴에 의하여 돌게 되어 있는 등(燈)을 뜻하며, 무엇이 언뜻언뜻 빨리 지나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의미한다.주마등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긴 것인지 잘 모르고 대강 옛날에 사용한 촛불에 의한 등(燈)으로 생각하게 된다.그래서 자료를 찾아 주마등이 정확하게 어떻게 생긴

집 / 이시향매사 정확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구남매 우리 가족은 집을 잃고 흩어졌다.얼마 전 디카시집 《피다》를 출간한 이시향 시인의 디카시집에 수록된 《집》을 감상합니다.시인은 부서진 주판을 보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렸고 흩어진 가족을 상기했습니다. 주판은 주산이라고도 하는데 셈을 하는 계산 도구로 상업활동을 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합니다.주판은 잘만 이용하면 계산기보다 빠르다고 합니다.저도 한때 계산능력이 좋아진다고 하고 두뇌 회전이 빨라진다고 해서 배운 적이 있는데 주판 알을 한알 한알 올렸다 내렸다를 빠르고

철새 / 최일형나도 이젠 텃새로 살고 싶다이사를 준비하는 고가 사다리차와 한 줄의 시가 절묘하게 제목과 어우러져 공감과 울림을 주는 최일형 시인의 디카시 ‘철새’를 읽습니다. 고향인 제주를 떠난 지 삼십여 년이 흐르고도 고향을 그리워하며 일 년에 한두 번 찾아가는 철새의 삶으로 만족해야 하는 저에게 머리를 치는 듯 새로운 방향의 향수를 불러오게 하는 디카시입니다.지난 추석에는 고향 방문을 대부분 포기한 것처럼 저도 몇 달 전에 비행기표를 예약해 놓고도 불효자가 되지 않기 위해 고향 방문을 취소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습니다.

등 뒤는 최적의 발아 장소진짜보다 크고 무성하게 자라나검은 꽃 피워내는 독초 뒷담화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헐뜯는 행위 또는 그러한 말이라고 합니다. 그럼 우리는 왜 뒷담화를 하는 걸까요?최근 문성후 박사의 『말하기 원칙』 이란 책에 뒷담화에 대한 내용이 있어 잠깐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남의 뒷담화를 하면서 사회적 연대의식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뒷담화는 ‘타인을 깎아내리고 내 가치를 끌어올리는 부정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사회라는 집단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나와 비슷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부부라 쓰고 동지라 읽는다.애증으로 점철된 세월살아갈수록 연민은 깊어지고.강옥 시인의 《무촌》을 감상합니다. 친족 사이의 멀고 가까운 정도를 나타내는 수를 촌수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대한민국의 민법에서는 친족 간의 촌수를 계산하고 있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직계존속 방계혈족 이런 말 저런 말 모두 어렵지만 촌수라는 것이 본인 기준에서 시작되는 건 분명한가 봅니다. 부모라는 입장에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들이 틈도 두지 않고 서슴없이 1촌입니다. 상상만 해도 그저 좋은 사이입

살다 보면 한 번쯤가슴이 뜨거운 사람을 만난다 자석처럼 끌리고심장에 불길이 인다 일생에 한 번 허용되는 첫사랑 같은 짙은 초록 일색이어야 할 팔월 단풍 나뭇잎이 딱 심장만큼만 붉게 물들었습니다.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이 디카시를 읽는 순간 제 심장도 빠르게 뛰는데, 저 모습을 처음 발견한 시인은 어떠했을까 짐작이 갑니다.일생에 단 한 번 허용되었던 나의 첫사랑은 지금 어디에서 잘살고 있는지 되새겨보며 세상에 태어나 심장 뛰는 뜨거운 사랑 한번 해 보지 못한다면 서글플 것 같고, 심장에 불길이 일만큼 자석처럼 끌리는 사랑을 지금도

순간을 놓치면후회할 것 같아가슴을 열었습니다 태양초란 인공적인 열을 가하지 않고 태양에 건조시킨 고추를 말합니다.자연상태 그대로 말리기 때문에 붉은 빛이 더하고, 씨가 비칠 정도로 맑고 투명한 고추색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가을의 아직 식지 않은 뜨거운 태양 아래 어릴 때 시골 큰집에서 붉은 고추를 따던 생각이 나네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낮게 늘어뜨린 고추를 따려면 허리를 많이 숙여야 했기 때문에 조금만 따도 허리가 아팠던 기억이 새록새록 듭니다.조문정 작가의 ‘태양초’를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사람의 마음

자상의 흔적이 깊다.마지막까지 저항한 흔적이 없다.모든 것을 내주고도 더 높아진 위상말하자면 엄마의 자궁 같은위대한 껍데기를 보았다. 처음부터 그 속에 무엇을 넣으려고 생겨난 그것이 껍데기가 아닐까요? 없어도 될뻔한 껍데기였는지 껍데기는 가라고 외치는 껍데기가 있는가 하면 없으면 모든 게 흩어지는 껍데기도 있습니다.나를 둘러싸고 있는 껍데기가 있다면 어떤 껍데기에 둘러싸여 있는지 알맹이는 있고 껍데기라고 하는지 궁금해집니다. 살려고 발버둥 치는 주름진 껍데기 알맹이는 어느덧 떠나고 껍데기만 남은 껍데기로 사는지 돌아봅니다.껍데기에

너를 만났으니도망 못 가도록 집게로 콕 집어빨랫줄에 걸어 놓고축축한 모든 것 말렸으면 사십여 일 넘게 이어진 장마와 잦은 국지성 폭우로 인명 피해와 엄청난 수해가 발생했습니다. 몇 달 전 텔레비전에서 중국과 일본의 수해 소식을 보며 우리나라는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온난화의 영향은 지구 곳곳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이런 시점에 만난 안성숙 시인의 디카시는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합니다. "너를 만났으니/ 도망 못 가도록 집게로 콕 집어/ 빨랫줄에 걸어 놓고/ 축축한 모든 것 말렸으면" 오랜만에 나온 태양이 빨랫줄에 걸리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장마그만멈추어 달라고 솟대 하나세웠습니다. 이번 장마는 역대 최장 장마 기록을 갈아치우고, 강수량도 평년 평균의 2배를 넘어서며 수많은 이재민에게 고통을 주었습니다.예년 같으면 7월 중순이나 말경에 장마가 종료되고, 불볕 더위가 여름휴가 시즌을 알리며 산과 계곡 곳곳에서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을 겁니다.하지만 2020년 초부터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시대의 고통과 함께 찾아온 긴 장마가 국민들에게 더 큰 고통으로 다가왔습니다.여기서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 재앙에 대해 한 번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

옛 추억을 들추면꽁보리밥 강된장 호박잎 쌈 그리고 엄마 엄마 오인숙 시인의 디카시 《조각보》를 감상합니다.어릴 때 할머니와 어머니가 조각보를 만드느라 바느질하고 있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여기저기서 얻은 작은 헝겊으로 예쁜 조각보를 만들어 명절 때 놀러 오신 손님들에게 하나씩 선물로 드렸던 할머니의 마음도 그립습니다.오인숙 시인처럼 음식들을 예쁜 조각보로 소중히 덮어 놓고 학교에서 늦게 돌아오는 나를 기다리시던 어머니의 모습도 떠올랐습니다.할머니는 한복을 만드는 친구집에 가서 조각 헝겊을 많이 얻어다 조각보를 만드셨습니다. 특히 눈

온몸으로 똥을 뭉쳐 생의 바다를 건넌다.보잘것없는 꿈을 굴리고 또 굴리며.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고향 제주에서 늘 보며 자랐던 풍경에 보는 것만으로도 울컥 눈시울 붉어지게 합니다. 테왁과 망사리 안에 가득 들어찬 미역과 톳의 무게는 바다 안에서 느낄 수 없는 삶의 무게로 말똥구리처럼 동글동글 구리면서 뭍으로 나와야 하고 나온 것을 기다리던 아방이 지게에 얹어 업고 집으로 운반을 했지요. 자신의 몸무게보다도 훨씬 무거운 말똥, 소똥 경단을 굴려 자기 집으로 가져가서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말똥구리처럼 삼다도로 바람과 돌과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