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한바당으로 한바탕 어시장이 열렸다사진 한 장에 다 담지 못할 저 정도면밤새 갈치 한치 몽땅백만 마리쯤?얼마 전에 김태운 시인의 디카시 감상평을 썼는데 또 이렇게 김태운 시인의 디카시을 감상하게 됩니다. 이렇게 된 것은 어릴 적 봐왔던 익숙한 풍경에 대한 끌림도 있었지만, 어제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 16회 17회차를 보았기 때문입니다.한국 드라마이면서 제주도 사투리라서 자막이 써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드라마에 관심이 없어 우연하게 보게 된 유튜브에서 어린 은기가 백 개의 달에게

놓치지 않으려는 수고로운 몸짓생의 색깔은 서럽도록 붉고도 희다.비린내와 악취로 가득하여녹음으로도 감출 수 없고 가려지지 않아 드러난그날들의 삶을 깁는다.일생을 살면서 상처 없이 살아가는 삶은 없을 것이다.티브이 광고에 나오는 상처 연고 얘기처럼 상처에 연고를 발라서 깨끗이 나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상처는 흔적을 남기고 그 상처 때문에 아픈 기억을 오래 간직하게 한다.송봉진 작가는 눈으로 보면 평온한 그물 깁는 일이 실제 현장에서 느껴지는 비린내와 악취의 현장과 마주했을 것이다.어민들이 삶의 바다에서 목숨과 맞바꿔 잡은

밥줄이 문제였을까젖줄이 문제였을까젖 하나로사 남매를 키우셨다손설강 시인의 디카시 을 감상합니다. 단아한 가마솥 두 개가 정말 젖가슴처럼 느껴집니다. 짝 젖이라고 순간 포착한 시인의 발상이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손설강 시인의 말에 의하면 오래간만에 친정엄마의 젖가슴을 만져보니 짝 젖이라면서 자식 넷을 키우느라 모든 걸 아낌없이 주고 나니 그렇다고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고 했습니다. 그 목소리에는 엄마를 얼마만큼이나 사랑하고 있는지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디카시 짝 젖을 마주한 순간 저도 친정엄마가 생각나 손설강 시인처럼

보이지 않아도사라진 게 아니란 걸알게 되면서제대로 본다는 말이안다는 말과 같아졌다.또렷하게 보이는 앞 빌딩에 비해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 뒤 빌딩의 대비에서 보이지 않아도 건물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제대로 본다는 말이 안다는 말과 같아졌다는 김종순 시인의 디카시 “본다 와 안다”를 감상합니다.“본다 와 안다는 서로 통하는 게 있어 ‘볼 줄 안다’고 말하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말합니다.” 여러 번 읽을수록 철학이 묻어나는 시에서 디카시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디카시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국어사전에 “디지

당신을 찾는 내 마음은 서치라이트어딘가에 계신 당신은 언제나 하이라이트귀갓길 오늘밤 산란하는 빛은눈부신 그린라이트사진을 보면 야심한 밤 가로등의 불빛이 마치 우주 쇼를 보는 듯 광선을 쏘아대고 있다.이소영 작가는 아마도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늦은 밤 집으로 향하는 도로에서 가로등 불빛과 마주했을 것이다.귀소본능이란 말은 동물이 자기 서식처나 둥지로 돌아오는 성질이나 능력을 말한다.사람도 이러한 귀소본능에 충실한 영장류의 한 부류에 속한다.태어나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도시의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위해 고향을

ㅡ 참 예쁘네ㅡ 나 없다눈가리면 없어지는 세상어른도 거기서 왔는데 잊어버렸다오정순 선생님의 디카시 ‘동심 채집’을 감상합니다.방정환 선생님은 일본에 침략 당해 빼앗긴 나라에서 어린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서 어린이날을 제정했습니다.올해는 어린이날 100주년입니다. 곳곳에서 어린이를 위한 행사가 다양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어 더 다양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저희 작가들도 여기저기 다니면서 다양한 행사에 참

땅에 머리를 처박고 헤엄을 치고 있는문어의 문체다배기롱 배롱 백일 동안붉은 꽃 잔뜩 피우기 위한 물구나무의처절한 몸부림이다 정년퇴직 후 고향인 제주도에 살면서 생활 자제가 시(詩) 쓰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제가 아는 시인 중에 가장 많은 시(詩)를 창작해 내는 김태운 시인의 디카시을 감상합니다.이 나무는 6월부터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면서 8월, 9월, 10월까지 100일 넘도록 화려하게 피지요. 그래서 목백일홍이라고도 하는데 제주도에서는 저금타는낭이라고 했고 목질이 단단하고 깨끗해서 도장을 만들 때도 써서 도장나

245내 신발 치수이 숫자 위에 서서신발끈 조이고 앞만 보고 간 길이젠 헐렁해진 문수우리에게 주어진 고유번호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태어나면서 바꿀 수도 없고 낙인처럼 따라다니는 주민등록번호, 대학교 학번, 군번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박일례 작가는 이제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자기 발 치수에 정해진 신발 사이즈의 고유번호에 대해 생각합니다.사진을 보면 박일례 작가와 함께 한동안 같은 여정을 보낸 세월의 흔적이 묻은 신발이 하루의 고단한 일상을 보내고 입을 벌린 듯 피곤해 보입니다.작가는 변하지 않는 신발 치수라는 숫자 위에서 신

세월이여십 년 만 돌려줍쇼 최일형 시인의 디카시 ‘구걸’을 감상합니다.세월이여 십년만 돌려줍쇼 짧지만 긴 여운이 남습니다. 자존심까지 흔들립니다.세월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당당하고 싶은데 아무리 애를 써봐도 왜 비굴해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저만 그럴까 싶어 다시 생각해보지만 많고 많은 사람이 세월이라는 말에 가슴 쿵덕 내려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세월 참 무섭습니다.그 세월이 나이가 되고 나이가 곧 늙음이 되고 죽음이 되어 그런 것 같습니다. 철문이 녹슨 만큼 마음도 녹습니다. 구걸해서라도 조금 비굴해지더라도 십년 아니 몇 년 만이

난감하다눈 부릅뜨고 보고 있는데코앞에서 일어나는이 아우성 어이 하란 말인가내 마음 갈기갈기 찢어진다가장 아름다울 때 툭, 툭 떨어져 버리는 꽃, 나무에서 한번 땅으로 떨어져서 한번 더 핀다는 동백꽃을 보면 제주 4·3 항쟁으로 다치셨던 아버지와 돌아가신 큰 아버지가 먼저 떠오른다.2014년 4월 16일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세월호 8 주기를 맞아서 관련 디카시를 올렸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첫 번째로 올라온 나영민 시인의 디카시 “동병상련”을 감상하며 며칠을 멍한 듯 바라보아야 했던 세월호 침몰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난감하다/눈

기회 / 이형곤인생의 몇 번의 기회가 있다더니골막한 내 삶에 아직도때가 있다니으라차차!! 이형곤 시인의 디카시 ‘기회’를 보며 ‘나 또한 몇 번의 기회가 더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사진을 보면 시인의 집 근처 금샘탕이라는 목욕탕 입구에 걸린 간판이 ‘때’라는 단어의 이중적 의미를 살려 한 편의 광고 문구처럼 멋들어진다.목욕탕 입구에 걸린 ‘다 때가 있다’라는 말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손바닥을 탁 치며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어릴 적 목욕탕 가는 날은 연중행사에 가까웠다.지금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목욕탕에 갈 수

부엉이 눈 / 양향숙색안경 끼지 않고편견도 선입견도 없이투명하게 바라봐야 해양향숙 시인의 ‘부엉이 눈’을 감상합니다. 매 발톱 잎에 맺힌 물방울이 정말 부엉이의 눈알처럼 실감 납니다. 매번 디카시를 쓸 때 사진 걱정을 하는 저로서 양향숙 시인의 부엉이의 눈 사진이야말로 저의 눈길을 붙잡았습니다. 찰나의 순간을 절묘하게 찍어 부엉이가 날개를 퍼덕이면 저 눈알이 또르르 굴러 어디로 향할지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부엉이는 지금 맑고 투명한 눈으로 편견도 선입견도 없이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무엇이 보일까요?세상에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

손목시계가 공중에 매달린 채찰나의 시간을 재고 있다손목이 아닌 허공의 낚싯대 위에자신의 본분을 묵묵히 낚고 있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이 지났습니다. ‘춘분날 밭을 갈지 않으면 일년 내내 배부르지 못한다’는 속담이 생각나는데, 저는 바로 전날 밭을 갈았으니 올해도 밥은 굶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봄으로 가는 길목에 본질과 본분으로 사색을 하게 하는 박동환 시인의 디카시 ‘본질’에 빠져봅니다.손목시계의 본질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손목에서 시간을 재는 것, 그럼 본분은 어느 곳에 있던지 찰나의 시간을 재는 것이라고

녹이 슬어도 혀다행여 녹이 슨 말을 건넨 건 아닐까. 정미순 작가의 혀를 감상하며 혀에 녹이 슨다는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옛날 사람들은 세 치 혀를 잘못 놀리면 인생의 큰 오점을 남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사진을 보면 콘크리트 벽면에 혀 모양의 철근이 삐죽 나와 있습니다.작가는 ‘녹이 슬어도 혀다 / 행여 녹이 슨 말을 건넨 건 아닐까.’라고 화자의 입장이 아닌 청자의 입장이 되어 걱정합니다.말이란 앞에서 말했듯 세 치 혀라는 10cm도 안 되는 짧은 발음기관의 모양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특성이 있습니다.탈무드에서 &#

겨울이 추운 입김을 호호 불자철모르는 아이 볼이 꽁꽁 얼었네 이기영 시인의 디카시 《서리꽃》을 감상합니다.철모르고 핀 만큼 혼자이기에 단연코 돋보입니다. 그 반면에 철을 모른 탓에 된서리로 혹독한 아픔도 겪고 있습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 추운 계절에도 꽃피울 수 있는 자신감이 참으로 용감합니다.또 된서리를 맞아 저 여린 꽃잎이 얼마나 아플까? 마음도 아픕니다. 저 장미꽃은 이 겨울에 꽃 피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모든 사람이 아니라고 할 때 그 시련을 겪어내면서 피웠을 겁니다. 오로지 해

- 돌파감염/박해경- 나도 모르는 사이에내가 코로나 19 확진자 였어요 절묘하다. “보통 기술로는 해내기 어려운 플레이를 형용하는 말” 박해경 시인의 디카시 “돌파감염”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입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여 3년 차가 되면서 90% 넘는 국민이 3차 백신을 접종하고도 일일 확진가가 이십만이 넘어서고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주위에서도 직장에서도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데 자가 검진을 받고 PCR 검사를 받아보면 확진자가 되어있는 경우가 생겨 저도 4번이나 자가 검진을 경험했습니다. 이런 시점에 멀쩡한 사과를

-언감생심 / 이종미바람을 사랑한 물고기맑은 종소리로 고백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 대상과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겁니다.하지만 사랑하는 대상이 쳐다볼 수 없는, 나와는 너무나 거리가 있는 대상일 경우 '언감생심 내가 어떻게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대개 포기해 버립니다.이종미 작가는 바람을 동경하는 물고기에 자신의 마음을 투영하여 사랑을 고백합니다.사찰이나 고택에 가보면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이 바람에 청명한 종소리를 내며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그런데 왜 풍경에는 물고기가 매달려

- 누이 집 가는 길 / 이시향임대료 올린다며 한겨울에나가라는 집주인,바닷가 작은 집으로 이사 간누이 집 계단에노랗게 방가지똥 피었다. 이시향 시인의 다카시 《누이 집 가는 길》을 감상합니다.임대료를 올려 달라고 해서 바닷가 작은 집으로 이사 간 누이를 생각하는 오빠의 마음이 애잔하게 다가오는 디카시입니다. 오르내리는 계단에 노랗게 핀 방가지 똥에다 오빠가 누이를 아끼는 마음을 많이도 아닌 조금만 꺼내어 살짝 걸쳐 둡니다.왜 집을 가진 집주인은 갑질하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그리고 늘 집주인의 마음은 한겨울 찬바람처럼 쌀쌀하게 느껴지는

- 전시회 인터뷰/양순진육신은 영혼의 실루엣혼을 바친 예술은군더더기가 없다어린 시절 살았던 초가집 처마에 노랗게 말라 늘 걸려있던 ‘두레기’가 오버랩 되며 눈길 끄는 양순진 시인의 디카시 ‘전시회 인터뷰’를 감상하며 생각에 잠겨봅니다.하늘타리, 하늘수박이라고도 하지만, 제주도에 많이 자랐는데 두레기라고 했고 열매와 뿌리를 약용으로 써서 익은 것이 보이면 무조건 따서 모아 두었다가 엿장수가 오면 엿과 바꿔 먹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시인은 이미지에서 열매의 본질을 떠나 육신은 영혼의 실루엣/혼을 바친 예술은/군더더기가 없다/라는 강력한

다 태웠다다 주었다배택훈 작가의 디카시를 보며 짧은 시구이지만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심지마저 다 태워버린 가운데가 텅 빈 초를 보고 ‘다 태웠다 / 다 주었다’의 짤막한 글이 아니라 마음속 깊이 울림을 주는 경구로 다가왔다.마치 불교의 근본 교리 중 하나인 인간을 포함한 모든 만물은 고정 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공(空) 사상을 생각하게 했다.단순히 실체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타고난 본질이 어떤 사물이나 누군가와 인연 관계를 맺음으로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초’라는 실체가 성냥에 의해 불이 붙어서 타면 촛불이 된